▲이상윤 전 한남대 총장 |
가정의 위기가 젊은 층만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야할 노인층에까지 확대되어 전반적으로 가정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혼이 남편에 의한 것보다는 부인의 요구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다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생긴 현상이라기보다는, 젊었을 때부터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들을 그간은 참고 견디었지만 늙어서까지 아내를 함부로 대하고 폭언 폭행 등 가부장적 불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하여 마침내 이혼이란 부부의 결별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가정위기현상을 오늘을 살아가는 부부들이 한번쯤 자신을 성찰해 보아야 할 문제라 여겨진다.
홍성화(가명)씨는 두 어린 자녀를 가진 직장주부다. 8년간 거의 매일 새벽밥을 먹자마자 피난 가듯이 허겁지겁 출근을 해야 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또 다시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집안일을 대충 정리하면 애들 숙제를 돌봐 줘야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럼에도 남편은 집안일은 당연히 아내 몫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아내가 불만을 얘기하면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왜 너만이 유난을 떠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녀는 남편은 나름대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애써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전적으로 자기에게만 맡겨지는 가사와 육아돌봄으로 지처가고 있었다. 결혼생활 8년간 나만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정말 내가 이 남자랑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봤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참아가며 크는 애들을 보고 위로받기도 했다고 한다. 모든 남편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남편이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육아를 돌보고 교육하고 가사를 담당해야 하는 일은 전적으로 마치 여성 혼자만의 몫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가정을 꾸려가며 온기가 있는 가정으로 만들어 나가는 여성들의 희생적 노력과 애쓰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함께 해야 할 남편이 있는데도 그렇지 못할 때, 아내가 받는 기대감의 상실은 가사에서 힘든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고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더욱 남편과 시간을 같이 보내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외부의 역할만을 강조하여, 쉬는 날마저도 가정에는 애들하고 부인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남편으로부터 말을 함부로 하는 폭언이나 가사를 조금이라도 분담하려는 배려보다 가부장적으로 역할만을 강요한다든지 폭력, 외도 등이라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부부간에 가장 소중한 남편에 대한 친밀성이 깨어지는 것이 된다. 그러면 부부의 의미가 없어지고 역할만 남게 된다.
과거는 주로 역할로만 결혼을 했다. 요즈음은 여성들이 모두 교육수준이 있고 부부에 대한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여성의 권익신장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역할만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게 되었다. 부부간에는 서로 믿음이 있고 친밀감이 있어야 가정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생각지 않고 가부장적으로 역할만을 강조하면 가정은 무미건조해질 것이다. 그러면 자녀교육과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여자만의 역할 남자만의 역활을 주장하기보다 '부부함께의 역할'을 더 주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가정을 노년까지 행복하게 지켜주는 소중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9ㆍ11테러 사건의 피해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메시지는 하나 같이 사랑의 고백이었다 “여보, 난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부디 애들하고 행복하게 살아”였다. 어느 소설가가 말했듯이 24년간 남편 병수발을 했지만 끝내 죽었다.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편인줄만 알았는데, 어느 날 창밖에 비가 내리기에 “어머, 비가 오네요”하고 뒤 돌아보니 그 일상적인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지만 목숨이 1분도 채 남지 않았을 때는, 결국 가족을 ?는다고 한다. 어머니, 아버지, 여보, 애들아! 그렇다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보람은 성공이 아니라 결국 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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