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익준 취재4부 |
뾰족집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대전 철도국장의 관사로 사용됐다. 이 주택건물은 일본식과 서양식 건축양식이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특징을 갖췄다. 또 넓은 정원 안의 다양한 수목과 조경석도 뾰족집의 자랑거리였다. 이런 뾰족집은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건축물로 오랜 시간동안 지역민들의 가슴속에 각인돼 있었다.
그러나 뾰족집은 지난 2010년 10월 대흥1구역 재개발 바람 속에서 무단 철거되는 봉변을 당한다.
목조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재개발구역에 홀로 서있던 뾰족집은 1년 7개월 뒤인 2012년 5월 이전·복원공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현재 뾰족집의 이전·복원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지만 문제가 산더미다. 이전된 뾰족집은 좁은 골목 안 주택과 원룸, 모텔 한가운데 비좁은 공간에 숨어있다. 남향이었던 뾰족집의 향은 동향으로 바뀌었다. 담장은 두를 공간이 부족해 입구쪽은 아예 개방된 형태로 노출돼 있고, 마당엔 나무나 풀, 화분이나 인공조형물 등 어떠한 조경물도 설치돼 있지 않다.
내부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약한 창호, 부실한 난방시설, 정화조의 부재, 2층의 떨어지는 하중 능력 등 뾰족집은 보여주기 위한 '세트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채 서있는 것이다.
무단 철거된 후 3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이전복원을 했지만 이 상태로 만든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사 발주처이자 소유주인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뾰족집 매각방안과 조합장 선출 문제 등을 놓고 시끄럽다. 조합은 뾰족집의 이전복원 공사는 다 끝났고, 빨리 매각해 '손 털자'는 분위기다.
반면 관리감독주체인 대전시는 뾰족집 이전복원사업은 완료되지 않았고 부실한 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보강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시는 조합의 매각방안 등이 결정된 이후에야 현장실사 등 본격적인 행동을 취할 계획이다. 시가 뾰족집 복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녹록치 않다면 활용을 염두에 둔 예산 확보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뾰족집은 근대건축물이 이전되고 복원된 첫 번째 사례다. 또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 뾰족집 복원을 성사시킨 만큼 뾰족집 복원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애매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뾰족집은 결론을 찾지 못한 채 세트장으로 방치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시는 뾰족집 복원현황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하고 현장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뾰족집의 복원에 나서야한다.
슬픈 뾰족집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뾰족집이 수난을 극복하고 대전 시민 앞에 당당하게 서는 내용으로 마지막 장을 장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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