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서구 상습침수지역에 설치된 배수펌프기가 집수정 없이 수로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
대전 서구 기성동의 농경지(8316㎡)가 2012년 침수피해를 겪은 지 2년 만에 대전지방법원이 침수원인을 '배수펌프 하자'때문이라고 판결했다.
두계천과 갑천이 합류하는 기성동 저지대에 농경지 침수가 자주 발생하자 2011년 서구청이 설치한 배수펌프에 처음부터 하자가 있었다는 것.
서구는 당초 배수로 앞에 30마력(배수능력 7t/1분) 배수펌프기 2대와 배수펌프가 물에 담길 수 있도록 집수정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천 수위가 올라가 농경지 빗물을 배수로를 통해 배출할 수 없을 때 수문을 닫고 배수펌프로 빗물을 밖으로 품어내는 시설이다.
공사 과정에서 30마력을 설치해야 할 곳에 시공업자가 멋대로 20마력짜리 배수펌프를 설치했고, 집수정 설치 공정은 예산의 이유로 공사 발주계약에서 아예 빠졌다.
이에따라 배수펌프장에 빗물이 고이는 집수정 없이 배수펌프기만 배수로 위에 덩그러니 놓이게 됐다.
농민 전학병(52)씨는 “배수펌프기가 수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된 지금 상태에서는 농경지가 모두 침수된 후에야 펌프가 이뤄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방법원도 지난 16일 “2012년 농경지 침수는 당초 설계보다 배수능력이 2.8배 낮은 배수펌프기가 설치됐고 구의 관리상 하자로 침수가 발생했다”고 판결했다. 빗물을 모을 집수정 없이 배수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된 배수펌프는 농경지 침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물에 잠겨야 제 기능을 하는 배수펌프장에 집수정을 설치하고 설계 배수용량에 맞게 배수펌프를 다시 설치해야 하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는 현장은 집수정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형이고 배수펌프의 마력 차이가 빗물 배출용량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현장은 집수정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형이고 토사가 쌓여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배수펌프의 마력차이는 물을 어느 높이까지 올릴 수 있는 차이일뿐 배수용량을 의미하지 않으며,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