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속만으론 대포차 근절 못한다

이른바 '대포차'로 불리는 불법명의(타인명의) 자동차가 활개를 치고 있다. 고급 수입차 등 대포차 1200여대를 전국을 무대로 유통시킨 일당이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대포통장, 대포차, 대포폰 등 3대 대포악(惡)을 뿌리 뽑겠다고 별렀지만 여전했다. 그동안의 '특단의 대책'들은 실효가 없었다.

지방세 탈루와 교통법규 위반은 물론 각종 범죄를 양산하는 도로 위의 무법자는 수사력에 의존한 단속만으로는 끝이 없다. 유통 방지, 더 근본적으로 대포차가 새로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력이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례를 봐도 고급 외제차를 헐값에 사들여 매매상사 명의의 중고차 판매용으로 둔갑시켰다. 차량을 판 다음, 충북 등지에 차린 가짜 매매상사는 아무때나 폐업하면 그만이었다.

대포 차량 범죄에는 체납액을 해결해준다는 광고를 미끼로 주로 경제적 약자들이 '자진해서' 걸려들었다. 구속된 한 피의자에게 차량을 판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할 정도로 불법은 상습적이었고 대규모였다. 등록원부상의 소유자와 실제 운행자가 다른 차량을 구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4월 대전 유성 강도살인사건 당시에도 입증됐듯 불법명의 차량이 각종 범죄 등에 악용될 것은 뻔한 이치다. 얼마 전 대포차를 훔쳐 되판 범죄도 있었다.

적발된 범죄 행각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도난차량 수배로 운행이 어려워지면 다른 차량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까지 감행했다. 대포 차량 명의자 이름으로 차량등록증을 발급해준 공무원도 한통속이긴 마찬가지다. 음성적으로 발생ㆍ거래되고 자주 이동해 경찰의 수사 또한 쉽지 않다. 중고차 거래실명제를 도입하더라도 치밀한 범죄를 완전히 걸러내기는 힘들 것 같다.

만약 인감증명법 개정만으로 대포차를 근절한다고 한다면 순진한 발상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대포차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교통사고 발생 때는 보험처리 문제로 선량한 시민이 곤란을 겪는다. 과속과 주정차 등 교통법규 위반을 일삼으면서 세금과 범칙금은 새나가고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지방세 탈루와 범죄 악용 등 각종 폐단과 사회악을 낳는 불법자동차에 대해 일정기간 자진신고 형식으로 양성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볼 만하다.

최근 천안에서 적발된 사례로는 외국인 소유 차량 4대 중 1대가 대포차였다. 그동안 행정력이 미납 세금 추징에만 초점이 맞춰져 한쪽에서 대포차가 양산되는 걸 막지는 못했다. 개별 기관에 흩어진 자동차 등록 정보나 보험가입 사항부터 통합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은 필수다. '대포악'을 근절하지 못하는 것은 자동차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증거다. 대포차를 발본색원하려면 무엇보다 발생 단계부터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