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 집중하도록… 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가르치는 일' 집중하도록… 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행사 스케줄로 꽉찬 달력, 출장·공문에 수업준비 포기 학생 위해 존재하는 학교… '행복교육터' 변화 필요해

  • 승인 2014-10-20 14:11
  • 신문게재 2014-10-21 8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교육희망 만드는 학교혁신] 2. 학생중심 학교운영

혁신학교의 핵심은 단연 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10여년간 우리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는 혁신학교.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가 성공을 거두면서 일부에서는 혁신학교 주변의 부동산 가격까지 들썩이는 이상현상도 감지되고 있다.이쯤 되면 소위 강남 8학군도 부럽지 않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따로 없을 정도다.

무엇이 혁신학교에 꽂히게 할까. 여기에는 긴말이 필요없다. 서두에 밝혔듯이 혁신학교의 핵심은 바로 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는 데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나 생각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음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어 수업에만 충실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는 모두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변하지 않는 학교 그 변화의 바람을 혁신학교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현장을 통해 교육의 현주소와 혁신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14 학교' 수십 년 전 빛바랜 흑백사진=흑백사진과 컬러사진으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이처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흑백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옛 추억의 학교 모습들. 책가방이 없던 시절 보자기에 책을 담았고, 하나같이 까까머리에 고무신을 신고 해맑게 웃는 학생들 모습. 옛추억이 담긴 흑백사진에서만 가능했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떤 모습일까. 겉치레만 달라졌을뿐 속모습은 그대로다. 하여 흑백사진이 컬러사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 예로 십수년전 어느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 운동장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 앞뒤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서있고,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있다.

그렇다면 2014년 10월20일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한마디로 똑같다. 굳이 달라진 점을 찾는다면 꼭 운동장이 아니란 것이다. 어느 학교는 강당에서, 또 어느 학교는 운동장에서, 또 어느 학교는 교실에서 모니터를 보는 게 다를 뿐이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차이처럼.

교실도 마찬가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책걸상은 나란히 칠판을 향하고 있고 수업시작 종과 함께 학생들은 분주히 자기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을 바라본다. 다른게 있다면 책보자기 대신 책가방, 그리고 이 시대의 경향답게 책상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있고, 벽에는 대형 TV가 내걸려 있는 차이뿐이다.

▲ 공문, 행사, 출장 장소와 시간이 빽빽히 적혀있는 달력.
▲ 공문, 행사, 출장 장소와 시간이 빽빽히 적혀있는 달력.
▲'공문과 출장' VS '수업과 학생'의 힘겨루기=사실상 교사의 직위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당시는 성실하고 공부잘하는 학생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바꼈다. 학부모,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중에 하나가 됐다. 그래서 교육대학교에 가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소위 내신 2등급은 기본이다. 수능성적도 상위 5%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보통 인적자원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이런 인적자원들끼리 또 경쟁해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만큼 어려운 관문을 지나야 교단에 설 수 있다.

우수한 인력들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만큼 학교 교육력 향상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해답은 '그렇지 못하다'다. 왜 그럴까? 교직경력 10년차의 어느 교사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수업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책상에 달력이 있는데 거기에는 해야 할 공문, 학교 행사, 출장 장소와 시간이 빽빽하게 적혀있어요. 하지만 어떤 과목, 어떤 수업 방법에 대해서는 하나도 없죠. 본연의 임무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시간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거죠. 급하고 위에서 자꾸 체크하는 업무를 먼저 해야 하니까요.”

이는 교사가 학교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제한적이라고 했을 때 수업, 수업준비, 공문, 행사, 출장 등을 선택 또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말이 아닌가. 수업시간이 다른 일때문에 밀리는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갑갑하기 없다.

▲각종 행사와 대회는 누굴 위한 것일까=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공통적인 내용은 '쓸데없는 대회와 행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쓸데없다'는 말은 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의미다.

참고로 충남도교육청이 최근 학교업무 경감을 위해 조사한 결과 초·중·고등학교와 관련된 각종 대회가 80여개나 됐다는 점은 교사들이 행사와 대회때문에 얼마나 곤혹스러워할지 알만하다. '1년에 한번인 대회를 위해서 1년 동안 한 곡만 연습한다'는 학생의 말은 충격을 넘어 말문을 막히게 한다. 묻고 싶다. 과연 이런 것들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혁신학교에 묻는다. 학교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취임이후 강조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을 돌려주겠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의 자화상이다. 가르치는 사람인 교사가 학생들 옆에서 '가르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OECD는 자율적 행동, 지식 활용능력, 협동 및 상호작용을 활동을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으로 제시하고 있다. DeSeCo는 제한된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고 이것을 평가하던 교육방법의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표현, 배움, 공동체, 더불어, 협동 등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충남교육청은 2015년부터 혁신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혁신학교를 통해 학교가 학생을 위해서 존재하며 교사와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하며,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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