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챙기기와 국정감사를 단단히 혼동하는 것 같다. 이것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통해 등원한 초선 국회의원들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행태였다. 지역 출신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덕특구와 관련된 지역구 챙기기가 극에 달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어느 상임위를 막론하고 '수박 겉핥기' 식인 가운데 지역구를 배려한 질문이 오가는 모습이 눈에 띄어 실망스럽다. 효율적 국감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상식과 수준 그 이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을 챙기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입법부의 임무마저 망각하는 과도함이 문제다. 국감 대상기관이 672곳으로 사상 최대이고 정쟁으로 시간이 짧다는 점은 아랑곳없었다. 다음 총선을 겨냥한 때이른 지역구 챙기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살 만도 하다. 국감 준비보다 의전 준비를 더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들리는 것은 이 같은 비정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게다가 해당 지역의 특산물까지 챙기면서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감에서 멀어져 갔다. 야당의 무대라는 통상의 수식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여당의 민생ㆍ국가혁신 동력 확보는 사실 수식어일 뿐이었다. 심지어 충북 어느 지역에 아파트를 검토해 보라는 민원성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어느 의원이 예산 지원을 거절당하자 1000건이 넘은 보복성 '폭탄 질의'를 쏟아낸 것도 대표적인 구태에 추가됐다.
이에 질세라, 미방위의 연구기관 및 유관기관 국감에서도 지역 예산 챙기기에 한껏 열을 올렸다. 대구ㆍ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은 수도권과 대전에 국가 R&D 역량이 집중됐다며 생뚱맞은 지역 간 편중을 거론하기도 했다. 출신 지역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것은 약속처럼 정해진 수순이었다. 국정감사를 지역구구 현안 챙기기의 합법적인 도구로 만들고 만 결과다.
불요불급한 지역 현안만 이렇게 챙기다 나라 살림살이는 언제 살피려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외유성 국감 행태는 또 언제나 고쳐지려나.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의원입법을 밀어붙이며 무리한 예산을 요구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국정감사를 한철농사에 비유하며 자신의 지역구 민원만 챙기는 것은 정말 개선돼야 할 그릇된 풍조다. 국정을 감사하라는 자리가 민원 해결의 장으로 전락한 데 대해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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