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형태 총장이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는 위 문장을 소개했다.
캠퍼스 내를 돌며 휴지와 꽁초를 줍고 오느라 점퍼 차림으로 본보 취재진을 맞이한 김 총장은 훤칠한 키와 듬직한 체격의 호남형 외모뿐 아니라 뛰어난 유머감각과 유창한 달변을 겸비하며 인터뷰 내내 좌중 분위기를 유쾌하고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학교에 대한 애정과 교육철학을 얘기할 때는 뚝심과 소신있는 카리스마도 함께 엿볼수 있었다. 한남대 출신이라면 믿고 쓸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정직함을 최우선 교육의 가치로 삼고 있는 김 총장은 뛰어난 친화력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모든 대학들이 몸살을 앓았던 구조조정 바람속에서도 별다른 저항없이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지역 대학중 명문 사학으로 꼽히는 한남대를 6년째 이끌고 있는 김형태 총장과 함께 지역대학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지역사회와 다양한 스킨십='대전대학'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한남대는 지난 58년간 '지역밀착형 대학'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해 왔다.
한남대는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립대학으로서 현재까지 8만여명의 졸업생을 지역사회에 배출했다. 교육계만 보더라도 한남대는 100여명의 교장과 장학관을 비롯해 1000여명의 교육자를 배출해 지역 인재 양성의 요람이 돼 왔다. 또 지역 경제계와 언론계, 공직사회 등 각계에서 수많은 한남대 동문들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남대 역사상 첫 모교 출신 총장으로 제14대에 이어 15대 총장으로 연임중인 김 총장은 한남대의 이러한 역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김 총장은 2008년 제14대 총장 취임 직후 한남대 창업 정신을 바로새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 2009년 아름다운 캠퍼스와 깨끗한 대학문화를 만들어 가는 한남대만의 '도덕성 회복운동'인 GCC(Green&Clean Campus) 선포식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무감독 시험을 시행하고, 순결교육을 실시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대학 총장에 나서면서 강조한 것이 세가지입니다. 한남대는 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으로서의 미션(사명)에 충실하자는게 첫번째죠. 그래서 우리 한남대 학생들을 믿을 수 있는 사람, 정직한 사람으로 길러내자는게 제 첫번째 목표였습니다. 두번째는 지역밀착형 대학으로 거듭나자는 것이고, 세번째는 애국적인 국가관을 키워주는 것이었습니다.”
과학도시 대전의 산업 정책 연계는 물론 청년 창업과 창조 경제를 견인해 나가는 것도 그 일환이다. 또 대전시, 대덕구와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다문화 가정을 섬기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 총장은 학생들과 교직원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기부하고, 북한 결핵환자들을 도우면서 나보다는 우리와 함께 하는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김 총장은 6·25 전쟁에 참전했던 나라의 주한외국 대사들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참전국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도 거르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의 애국적인 국가관은 애국교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비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군사부일체가 그것이다. “부대에서 모셨던 지휘관을 끝까지 존경하자는 운동입니다.”
김 총장의 군사부일체 운동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는 김 총장의 가치관에서 기인한다. 지난 1970년부터 73년까지 논산훈련소(지금의 육군훈련소) 소장 비서실 행정병으로 근무하던 당시 만난 훈련소장인 정봉욱 장군과는 지금도 따뜻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번 친해진 사람과는 평생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사제지간도 그렇고, 교회에서도 그렇고, 일회용으로만 만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구조조정속 피어난 리더십=김형태 총장에게 있어서 리더십은 소통과 섬김이다. 모든 대학이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한남대 역시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2017학년도까지 연차적으로 현 입학정원의 약 10%인 300명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1차 120명, 내년에 2차 120명, 내후년에 나머지 60명을 줄이기로 정했다. 이를 통해 단과대학을 현재의 10개에서 7개로, 58개 학과를 44개로 감축하고, 행정조직을 축소개편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이 주력한 것은 구성원들간 화합과 협력이다. 김 총장은 학생과 교수, 동문들의 목소리까지도 귀 기울이며 큰 무리없이 구조조정을 이뤄냈다. “부총장과 팀장들이 TF팀을 구성해 공청회 2번끝에 구조조정에 합의했어요. 구성원 모두 '부득이 가야 한다면 가자'고 의견 일치를 봤죠.”
한남대는 구조조정과 함께 특성화를 통한 한남대만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교육은 30년을 내다보고, 50년을 바라보고, 100년을 향해 가는 농사예요. 단기간의 정치 논리로만 보면 안되죠. 모두들 줄이는 것에만 연연해하는데, 줄이는 것은 기계적 작업이거든요. 미래를 예측해 줄인 만큼 채울 수 있는 신성장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남대는 일찌감치 대덕R&D특구에 '대덕밸리캠퍼스'를 만들었고, 이곳에서 생명나노과학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의 지방대학특성화(CK-1)사업에서는 대전지역 사립대 중 최다인 5개 사업단이 선정돼 5년간 195억원을 지원받는다. 특히 공과대학 3개 학과와 사회과학대학 1개 학과가 연합한 '국방융합기술인력양성사업단'은 교육부로부터 우수 사업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남대는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통해 지역대학들의 최대 과제인 청년 취업 문제 해결에 나섰다. 김 총장은 “취업과 창업의 두 날개 전략을 쓰고 있다”며 “지난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대전지역 유일의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돼 175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있고, 대전시의 대학생창업500프로젝트에서도 한남대가 가장 많이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취업의 경우는 특히 '한남커리어내비게이션시스템'(HCNS)을 운영하고 '선취업 후면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선취업 후면학 프로그램은 중견기업들과 협약을 통해서 재학 중 사실상 취업이 결정되고,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사전교육을 이수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장 경력 1년차의 노하우를 갖고 실무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100년의 한남대 비전 '경쟁력 강조'=한남대 개교 60주년이 되는 오는 2016년은 김 총장과 한남대에 모두 의미가 깊은 해다. 김 총장은 “60주년이 되는 해에 퇴임하기 때문에 지나온 60년을 총정리하고, 다가올 100주년을 잘 준비해놓고 물러나고 싶다”며 “대학 발전상을 명확히, 공고하게 해서 후임 총장에게 인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총장은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는 무한 경쟁 시대가 옵니다. 교수들은 지구상 7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영어나 중국어로도 가르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김 총장은 “젊은이들 역시 단기 승부에 매달리지 말라”고 주문한다. “집 짓는데 땅을 얼마나 깊이 파는지 보면 건물이 얼마나 올라갈지 알 수 있어요. 그만큼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서 학생들 역시 평생 쓸 수 있는 외국어와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철학, 그리고 신앙을 갖고 장기적 경쟁력을 갖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 총장은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생각을 허용해야 창의력이 나온다”며 “대학에 무제한 자유를 주되 대학은 국가에 유익한 인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을 통제 대상으로 보면 안됩니다. 단기 승부가 아니라 30년,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지요.”
교육학자로서 교단에서의 김 총장은 학생들과 친구처럼 토론하며 다름과 소통의 교육을 실천해 왔다. 총장 취임 이후엔 열정적인 행보로 지역 사립대학들을 아우르며 공동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제 선택이 한남대인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소신을 갖고 한남대를 가꾸고 키우고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성품의 김 총장은 청산유수 달변에 고매한 인격을 갖춘 전형적인 학자이자 선비로, 후배들의 롤모델로 우뚝 서 있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오희룡 기자
▲김형태 총장은
1946년 논산군 노성면 출생. 논산 대건고등학교와 한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남대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 필리핀 드 라 살르(De La Salle)대학에서 상담학 석사 학위, 충남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부터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남대 사범대학 교육학과장 겸 학생상담센터 소장, 한남대 기획실장, 교육대학원장, 평생교육원장 겸 인재개발원장, 부총장을 거쳐 제14·15대 총장에 연이어 당선됐다.
김 총장은 한국심리학회 심리상담 전문가 자격증과 한국상담학회 공인 대학상담/학교상담/집단상담 슈퍼바이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상담학회 4대 회장, 전국대학교 부총장협의회 부회장, 전국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장협의회 8대 회장,사단법인 한국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사단법인 한국카운슬러협회 전 회장을 거쳐 현재 이사로 활동중이다.
교회 장로인 김 총장은 기독교계에서도 대전성시화운동본부 상임회장, 한국기독교학교연맹 이사, 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이사, 아시아·태평양 기독교학교연맹 부이사장, 대전크리찬리더스클럽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총장협의회) 국제화분과 위원장, 학교법인 대성학원 이사,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 국방대학교 정책 자문위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대전충남지역 분과협의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저서로 <기독교 문화와 생활신앙>, <21세기를 위한 상담심리학>, <청소년 세대 교육론>,<교육심리학> 등 35권이 있다. 공저로는 <청소년 학업상담>,<현대사회와 인성 교육>,<크리스찬 팍스 코리아나의 비전> 등 18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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