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대구 등 가는 곳마다 창조경제 중심지를 강조한다고 제2의 도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1대 1로 전국 각 지역 창업을 지원하라는 것이 얼핏 관료적 발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대기업과 지역 특성이 잘 엮인다면 부정적 시각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 국내 대표적인 연구개발 단지인 대덕특구의 연구성과와 결합할 때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창조경제와 관련해 대전이 SK그룹과 손잡으면 강점인 정보통신기술과 에너지 역량 강화에 그만큼 유리하다. 박 대통령은 또 활용되지 않는 기술 연구 성과를 '장롱면허'에 비유했다. 창업 비중이 낮아서도 문제지만 창업해도 이내 활기를 잃어 성과 효율이 떨어져 더 문제였다. 창업과 기업활동 역시 생태계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에서 정부 차원의 성과 관리 및 활용 체계 개선 없이 의지만 갖고 안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터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벤처 '성공 신화'에 대한 기대도 곁들였다. 애플과 구글과 같은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벤처에서 출발했음을 상기할 때 우리 벤처는 초라하다. 정부 출연기관이다 보니 인프라와 공급자 중심 기술개발이라는 점은 대덕특구가 개선할 체질이기도 하다.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원활한 예산 확보 또한 관건이다. 속빈 강정 같은 정책이 성장 가교가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창조경제가 정말 지역경제를 도약시킨다면 그 가치와 기회가 대덕특구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침체된 제조업 분야, 세종시에서 강조했듯이 농업 등 각 분야에 두루 적용돼야 한다. 든든한 파트너가 꼭 짝지은 대기업만 되란 법은 없다. 연구개발 실적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연구개발 인프라가 영남권 등에 분산되는 것도 지역 입장에서는 선순환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가시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정보기술 버블 사태를 경험했던 2000년대 초반의 경험을 되새김해야 한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이 넘은 충청권 벤처기업은 68개였다. 하지만 코스닥 벤처 신화를 일군 벤처투자회사 1세대들의 현주소를 챙겨보면 “과감한 열정”이 전부가 아님이 확연히 드러난다. 정부가 자치단체와 함께 창조경제 기반 조성이라는 멍석을 잘 깔아줘야 한다. 벤처 신화를 고쳐 쓰려 할 때 생각할 것은 신화 역시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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