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세종에 17명의 국회의원이 있고, 충북지역 8명까지 합치면 총 25명의 선출직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위와 보건복지위 등 일부 상임위에 3명씩이나 몰리면서 충청권 특히 대전의 과학예산을 챙기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는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과학정책 및 예산, 법률 등을 총괄하는 미방위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없게 됐다. 즉, 충청권의 100년 먹거리인 과학도시 대전을 챙길 충청지역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덕특구가 특구가 아닌 '보통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는데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회 상설 상임위는 14개 정도로 대전·충남지역 국회의원들이 평균 1명씩은 포진할 수 있는 숫자라는 점에서 상임위 배치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초 유성구가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민 의원이 미방위 소속으로 역할은 했지만 19대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를 변경하면서 실질적으로 대덕특구와 관련된 현안들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게 과학계의 푸념이다.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 통과를 위해 법사위로 옮겼다고 명분을 내세웠었다.
반면,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12명의 67%가량인 8명이 대구, 경남, 부산, 울산 출신으로 채워진 상태다.
대전과 경쟁 관계인 대구·경북지역만 보더라도 기계연구원장 출신인 서상기 의원을 비롯 권은희, 심학봉 의원 등 3명이나 포진해 있다. 여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대구북을지역위원장인 홍의락 의원(비례대표)까지 미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의 미방위 대거 포진과 지역 정가의 아마추어적인 의정활동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 분산과 연구개발특구 남발 등으로 대덕특구 위기론이 일고 있다.
여기다 대구지역 정치권은 국회의원들의 인해전술(人海戰術)을 앞세워 마구잡이식으로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 분원 끌어당기기를 하고 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의 '쪽지 예산'으로 추진됐지만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구분원(유전체연구원) 설치도 재추진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생명연 오태광 원장 출신지역도 대구라는 점에서 대구분원 설치는 탄력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생명연 대구분원 설치 예산은 272억원으로 국비 60%, 지방비 30%, 생명연 10% 등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구분원 설치를 위해 국회 예산안계수조정소위 소속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이 기습적으로 국회 예결위원회에 설계비 예산을 상정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 비롯한 충청권 지역 국회의원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생명연 대구분원은 유전체관련 연구를 수행할 계획으로 오송 첨단복합단지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와 연구 중복된다는 점에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 이를 저지할 미방위 소속 충청권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대덕특구는 지난 2005년 국내 1호로 연구개발특구 지정받았지만, 그 뒤 대구·광주·부산 등 각 지역 정치권 입김으로 특구지정이 늘어나 대덕특구의 보통구 전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권선택 대전시장은 취임이후 대덕-대전 상생협력사업 5개년 사업도 예산확보 문제로 공염불로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덕특구의 국비예산을 챙길만한 국회 미방위원이 없기 때문에 대덕특구와 관련된 각종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영남권 출신의 기관장들이 대거 대덕특구로 몰리면서 정치권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여 당초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미방위 소속 지역 의원들이 전무하다보니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 현안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상임위 배치에 적재적소(適材適所)가 필요한 상황이다. 충청 정치권은 이제라도 상임위 변경을 통해서라도 미방위에 충청권 출신 의원을 적극적으로 포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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