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농민단체들이 쌀시장 개방과 관련해 미묘한 의견 차이가 감지된 것은 지난 6일 충남도청에서 있었던 정부 건의문 발표 기자회견에서다. 이날 건의문은 내년 1월 쌀 시장 전면 개방이 예고된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쌀 재배 농민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함이었다.
513% 관세율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법제화와 직불제 개편 등이 주요 요구 사항이었다. 기자회견은 애초 오후 2시 예정돼 있었으며 충남도 3농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단체가 참여할 계획이었다.
해당 단체는 농촌지도자충남도연합회, 생활개선충남도연합회, 전농충남도연맹, 정농회, 충남4-H연합회,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충남품목농업인연구협의회, 한국농업경영인충나도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충남도연합회, 한국쌀전업농충남도연합회 등이다. (가나다순)
하지만, 이날 회견에 앞서 참가 단체끼리 설전을 벌여 40여 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그나마 참가하기로 한 전농충남도연맹과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관계자는 도청에 왔다가 나머지 단체와 의견충돌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물론 이날 발표된 건의문에서도 단체 이름이 빠졌다. 이 두 단체는 회견에 참여하면 쌀 관세화를 찬성한다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전농충남도연맹 장명진 의장은 “우리 단체는 원천적으로 쌀 관세화에 따른 쌀 시장 개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건의문에 이름을 걸 수가 없었다”며 “앞으로도 쌀 시장 개방 저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정부 건의문에 이름이 명시된 단체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공조도 하지 않겠다”고 강경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정부건의문을 발표한 김호 충남 3농혁신위원장은 “쌀 관세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만, 각 단체의 입장이 있는데다가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면 농민들의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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