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축제를 열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축제에서도 집중은 '축제 부실화와 재원 낭비'를 낳아 해롭다. 한 시즌에 몰리면 흥미 유발에 악조건이 된다. 이는 축제가 많은 봄철에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름인 7~8월에도 연꽃 축제가 부여를 비롯해 전국 12개 지역에서 열렸지만 개최 장소가 떨어져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 여파로 봄 축제가 늦춰져 열리고 있다는 점도 올 가을 축제의 특수성이다. 이걸 감안해도 지금의 겹치기 축제는 축제 효과나 비용편익 분석 없이 경쟁적으로 일단 열고 보는 것이 주요한 배경이다. 잘되는 축제를 급조해 무작정 따라하는 현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연히 질적인 성장, 비약적인 발전은 안중에 없는 행사가 되는 것이다. 일정을 조정하지 않아 효과를 고루 못 보는 폐단은 결국 지자체의 잘못된 행정관행이다.
널리 알려진 유명 축제들은 '그들만의 축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이럴 때 쏠림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과도한 겹치기의 영향이 없을 리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말하며 축제의 차별화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증거들이다. 일부 트로트 가수만 제철을 맞은 지역축제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입으로만 명품축제를 내세우고 외부 기획사가 주도하는 일과성 축제가 지역경제에 접목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축제에는 낭비적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여러 순기능을 생각하면 관람객과 소비 유발효과가 적다고 통폐합하는 것이 늘 상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청주처럼 통합된 도시는 축제를 통해 문화통합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시기가 중첩된 데다 지역 정체성과 무관하다면 성과에 대한 기대 확률은 더 떨어진다. 이런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 될 까닭이 없다. 국고 지원을 받든 안 받든 추경예산 등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축제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
겹치기 잔치가 된 축제가 일회성이고 치적 쌓기에 그친다면 축제에 투입되는 행정력 역시 큰 누수이고 손실이다. 좋은 콘텐츠나 발전 가능성을 고민하면서 개최 기간부터 지자체 간 협의 조정해야 할 것이다. 걸림돌이 된다면 같은 동일 지자체의 축제기간을 조정할 일도 생긴다고 본다. 숫자에만 연연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관람객 유치도 축제에서 원하는 성과라고 볼 때 지역축제 시기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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