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를 일으킨 아모레퍼시픽과 한국타이어 물류창고가 모두 래크식 자동창고로 확인된 가운데 지금의 소방시설로는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창고 내 인화물질의 종류가 다양하고 같은 면적에 적재물 양도 수십배 차이가 발생하지만, 소방시설은 창고 면적에 차이를 둘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4월 대전 대화동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화재는 래크식 자동창고 화재 위험성을 보여준 전국 첫 사례였다. 창문 없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높이 27m 창고 내에서 난 불은 샴푸와 칫솔 등의 완제품을 모두 태우고 10시간 지속됐다.
이후 소방방재청과 대전소방본부가 주목한 것은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내 소화시설인 스프링쿨러가 모두 정상 작동해도 화재 확산은 막을 수 없었다는 부분이다.
높이 27m 창고 내에 12단 짜리 철골 랙(선반)을 만들어 각 랙마다 완제품을 쌓아 둔 곳에 수직 7단으로 만들어진 스프링클러가 20분간 방화수를 쏟는 지금의 소방기준에서는 불붙은 인화물질을 진화할 수 없었다는 교훈이었다.
좁은 토지 위에 많은 물류를 적재하기 위해 선반 형태의 랙(층)을 쌓고 물건을 보관하는 래크식 자동창고는 인화물질에 방화수가 닿지 않고 굴뚝효과로 불길은 쉽게 확산되는 단점이 있다.
소방 관계자는 “기준에 맞춰 래크식 창고에 소방시설이 설치돼도 인화물질이 밀집한 래크식 창고의 화재 확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라며 “당시 화재를 계기로 자동화된 대형창고에 대한 소방기준을 새롭게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래크식 창고의 화재 강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소방시설 기준은 30일 한국타이어 물류창고에서도 화재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으로 똑같이 지목된다.
높이 32m 창고에 11단의 철골 랙을 만들어 안에 수많은 타이어가 쌓여 있었지만, 물을 뿌리는 스프링쿨러만으로 이들 불붙은 화학물질을 진화할 수 없다는 게 상식.
때문에 창고의 면적만으로 스프링클러 몇개와 옥내소화전을 단순 구분하는 현재 소방시설 안전관리법률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또 주택가에 있어도 주민들은 모르는 래크식 자동창고에 대한 현황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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