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병원 입원시 환자에게 연대보증인을 세울 것을 강요할 수 없게 되자 지역 병원들의 시름이 깊다. 지역 한 대학병원의 경우 연대 보증인을 세우도록 했지만, 지난 한해동안 못 받은 병원비가 3억7000여만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연대보증인이 없는 경우에도 병원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병원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현행 의료법은 입원약정시 연대보증인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정이전 병원의 표준약관 조항에는 '입원기간 동안 발생하는 진료비는 연대보증인이 연대해 납부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위는 '연대보증인이 있는 경우 환자와 연대보증인이 연대해 납부한다'고 약관을 개정해 환자에게 연대보증인이 없을 경우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를 차단했다.
그동안 지역의 A병원은 입원 당시 약정서에 '입원료와 청구되는 진료비는 환자와 연대보증인이 연대해 납부하겠으며 체납될 때는 채권확보를 위한 귀 병원의 법적 조치에 이의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에 동의해야 입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B병원과 C병원, D병원 등은 보증채무의 최고금액을 3000만원으로 정하고 보증기간은 입원일로부터 퇴원일까지 한정해 갚도록 하고 있다. 이들 병원도 입원당시 약정서에 연대납부 및 체납시 병원의 법적 조치에 순응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약관들이 개정될 경우 환자들은 연대보증인이 없어도 입원이 가능해졌지만, 병원측의 불만은 높다. 연대 보증인이 있을 경우 보증인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병원비를 갚아왔지만, 보증인이 없다면 병원들이 병원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대전의 F 종합병원은 지난해 병원비를 내지 않고 도주한 건수가 67건이었으며, 금액은 3800만원에 이른다. 또 연락이 두절되거나 행방불명된 건수도 466건(1억68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다른 이유로 병원비를 받지 못한 경우도 145건(1억7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역 병원 관계자는 “최근들어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조정에 이어 연대보증인 폐지까지 대학병원들의 숨통을 너무 누르는 정책들만 쏟아지고 있어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앙의 큰 병원들과 달리 지역 대학병원들은 큰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데 법은 똑같이 적용받고 있어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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