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
과학기술은 점점 융합으로 나아가며 여기에 인문학과 예술의 창의성이 결합되어 더욱 발전하고 있다. 프랑스 그레노블은 인구 60만의 작은 도시지만 노벨상을 4명이나 배출했으며, 혁신도시 5위로 포브지에 의해 평가받는다. 빅토르 위고 대표작, 레미제라블의 초기배경이며,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 등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어 많은 외국인이 모이고 있다.
원자력연구소(CEA), 기술사업화의 핵심기관인 미나테크와 그레노블 대학을 중심으로 자이언트 캠퍼스를 만들어 벤처도 양성중이다. 다국적 기업과 연구소가 모이고 6만명 학생 중 10%는 외국인으로 구성될 만큼 역동적인 곳이다. 올 초부터 대전시와 협력하고있다.
고암 선생의 가치에 대해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한때 금기시되었던 그의 이름을 빼고는 설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고암은 1959년 그의 나이 55세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 30년을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거의 10년마다 콜라쥬, 문자추상, 군상 등 새로운 주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동양정신을 서양에 널리 알려 3천여명의 프랑스 제자를 키우기도 하였다. 대전이 키운 것은 아님에도 고암 미술관이 대전에 만들어진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보여준 2만점에 이르는 왕성한 활동과 새로운 주제로의 도전, 몰입의 가치를 어떻게 대전의 혁신클러스터와 연결할 수 있을까?
첫째, 새로운 기술의 지속적 개발이다. 그는 미술에서 전통적인 방식과 소재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였다. 창의적 작품과 그의 정신을 대전의 정책,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통해 '뜻밖의 새로운 기회의 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모방이 아닌 자신이 직접 느낀 것을 표현해 사람들의 공감을 불렀다. 젊은 시절,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보고 자신이 지금까지 그린 그림은 모두 남이 그린 대나무를 보고 그렸을 뿐이라고 자각한다. 그 이후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그림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창조경제의 구현방식으로 시장과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남과 다르게 파악해보자. 사람들의 소리, 아니 그들이 인식못한 것 까지 파악, 제공해주자.
셋째, 세계의 중심에서 평가받은 작품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몰입'(flow)의 산물이다. 피카소가 90대까지 2만점의 작품을 그린 것처럼 고암도 2만점의 다작을 하였고, 이는 그의 몰입의 세계를 통해 가능했다. 노벨상 수상까지는 평균 17년이 소요된다. 가늘고 긴 연구를 통해 노벨상을 받듯, 산학연관 주체들이 몰입과 협력으로 혁신 클러스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인재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 양성이다. 프랑스엔 외국인 제자가 3000명에 이른다. 현재 고암의 정신을 이어받고 대전시의 지원을 통해 대전의 작가 3명이 레지던스 형태로 프랑스 고암 아카데미에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넓히며, 세계와 협업기회를 찾고 있다. 대전시의 귀중한 시도가 확대되어 대전의 문화계 인재만이 아니라 언론, 행정 분야로 확대되어 모두가 비슷한 역량을 갖게 해야 한다. 세계적인 천재들은 돈이 아니라 독특한 문화를 보고 정착을 결정한다.
고암의 작품과 세계는 천재들을 불러오는데 매력적인 스토리를 안고 있다. 한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고암의 사례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가치로 바꾸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면 어떨까. 말랑말랑한 시절의 우리 아이들에게 피카소와 함께 고암의 작품을 설명하며 창의성을 키우면 좋겠다. 연구실에 걸린 피카소의 그림 옆에 고암을 함께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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