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퇴출용?' 대전시-구 편파 인사교류에 멍 들라

당사자 동의 필요없는 '파견' 추진… 반쪽우려 내년 제도시행 앞 '조직활력 취지 살려야' 지적

대전시와 자치구가 추진하고 있는 인사교류가 자칫 마음에 안 드는 '미운 오리' 직원을 내 보내고 자신의 사람을 데려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제도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전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시장ㆍ구청장 간담회에서 권선택 시장과 구청장들은 큰틀에서 시와 자치구 간, 자치구와 자치구 간 인사교류에 합의했다.

시는 세부사항을 협의한 후 당장 내년부터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구청장들이 주변을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거나 보기 싫은 직원을 내보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대전 A구청의 경우 4년전 지방선거 때 경쟁 후보에 줄을 섰다고 알려진 간부 직원을 당시 당선된 구청장이 타 자치구로 전출했다. 그 곳에서 근무중인 해당 직원은 현재 명예퇴직을 심각히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B구청에선 몇년 전 당시 구청장이 껄끄러운 관계인 모 간부 직원을 대전시로 보내는 인사조치를 내렸다가 이에 불복한 당사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적이 있다. 법원은 당시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사조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 구청이 패소한 전례가 있다.

이때문에 시-자치구 인사교류는 제도 취지에 맞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와 자치구는 시 공무원이 사무관으로 승진때 자치구로 전출시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전출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 없는 파견 형태로 인사교류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반쪽짜리 교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와 함께 시간외수당 문제도 인사교류를 위해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대전시를 비롯 5개 자치구는 재정상태에 따라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동구의 경우 타 자치구에 비해 50%, 중구는 30% 수준이어서 이를 통일해야 원활한 인사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

한 자치구 공무원은 “말이 인사교류지 어느 구청장이 일 잘하는 직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겠냐”며 “대부분 일 안 하는 직원을 보내려고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시가 현재 이 문제 때문에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이 시로 오면 자연스럽게 승진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환영할 것”이라며 “하지만 승진 예정자들이 대거 시로 오면 그만큼 승진기회가 사라져 직원들의 불만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타 기관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처음에는 반발이 심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