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성회비 꼼수? 반환訴 판결 앞 수업료 일원화 추진

내년 초로 예정된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국공립대 기성회비'가 또다시 대학가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국의 국·공립 대학들이 이미 지난 2학기에도 논란이 된 기성회비 징수를 강행한 가운데 교육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해 세입 처리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편법으로 기성회를 합법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201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에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하고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기성회비 평균치인 1조3142억원을 국공립대의 운영경비로 편성했다.

교육부는 기성회 회계와 일반회계를 통합시킨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안이 연내에 제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기성회비 반환소송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근거 없이 징수해 온 기성회비를 합법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이하 재정회계법)'을 비롯해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기성회 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등 여·야가 발의한 대체 입법안 모두 국회에 계류중이다. 여기에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할 경우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인상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고등교육법'의 등록금 상한제까지 위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국·공립대의 기성회비가 그동안 열악한 재정 운영에 쓰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국립대 재정부담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성회비 수익의 약 50%가 정부 예산의 부족분을 충당하는데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립대 관계자는 “지난 1·2심 결과를 고려할 때 대법원의 확정 판결 역시'기성회비 징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체 입법이 서둘러 마련되고 이번 기회에 국립대 정체성을 살려 국고 지원하는 쪽으로 예산이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