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조치가 이례적으로 비쳐진다면 그동안 활력을 불어넣는 데 활용하지 못했다는 증좌다. 교류가 부재했고 안정감과 분위기 쇄신에도 둔감했다. 듣기 거북한 표현이지만 빈둥빈둥 '놀고먹는' 공무원이 나올 만한 환경이었다. 물갈이에 소홀한 수족관 물처럼 '썩은 물'에 비유돼 기분 좋을 사람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인 동의 없이 강제성 있는 인사교류를 하기에는 당장은 무리가 있다.
여기에는 과거 관선시대처럼 일방적이고 활발한 인사교류를 할 처지가 아니라는 부분도 작용한다. 전입ㆍ전출 희망자가 적은 8급은 대전시에서 신규 임용한 9급과 맞바꾸는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1 대 1 희망교류가 원활하게 되도록 인사 업무 간소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공무원 개인의 안정감이 조직의 안정감에 앞서며 편한 안주를 바라는 보신주의 조직은 반드시 정체된다.
인사 적체 다음 수순은 보나마나 제한된 경험만 인맥만 좇는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다. 특히 20~30년 한곳에서 근무하며 혁신보다 안정을 희구해 스스로 경험과 경력을 쌓을 기회를 놓치는 것은 손실이다. 비리 근절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새 근무지를 기피하는 상황에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당장 가능한 직렬부터”시작하겠다는 것은 의지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승진과 인사 배치의 불이익을 없애고 능력이 인정되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전제도 따른다.
승진 기회 잡기에 불리하다면 특별한 사유 없이 전출하려 하겠는지를 헤아려봐야 한다. 광역단체인 대전시에 가도 승진 가능성이 희박할 바에 익숙한 곳에서 일한다는 한 구청 공무원의 전언이 팽배한 정서인 듯하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진급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인사 적체 요인이 될 수 있다. 자치단체 간 의사소통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파견제 역시 잘 쓰면 현장행정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의도한 대로 시행하려면 소속 공무원 인사에 거의 전권을 쥔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절실하다. 선출직 구청장의 독립적이고 상이한 입장 조율도 선행돼야 한다. 인사교류를 기피하는 공무원이 많으면 조직 내 긴장감과 밀도는 떨어진다. 대부분의 직렬ㆍ직급에서 대폭 늘려야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타성에 젖지 않는 행정의 효율성이다. 인사교류는 중앙부처와 광역단체 간에도 준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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