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긴급임시조치' 급증되지만 실효성 의문

경찰 건수증가 불구 제재수단 없어… 대전서 격리조치 1시간만에 '무산'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경찰의 '긴급임시조치'가 급증하고 있지만,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유대운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발생 건수는 2011년 6848건에서 2012년 8762건, 지난해 1만6785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의 긴급임시조치도 2012년 119건에서 지난해 1002건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 현재까지 794건의 긴급임시조치가 내려졌다.

긴급임시조치는 가정폭력 현장에서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 직권 또는 피해자 등의 신청에 의한 격리,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한 접근 금지 조치로써, 2011년 10월 가정폭력특례법 시행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가정폭력 가해자가 긴급임시조치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접근금지 명령 등을 재차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

실제로 지난 6월 21일 대전에서 남편 A씨가 아내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피해자가 남편과의 격리조치를 원해 피해자 주거 및 직장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서 철수한지 1시간만에 가해자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거로 침입하는 등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했고, 결국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피신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긴급임시조치 결정을 위반해도 이에 대한 제재 방법이 없어 현장에서는 거의 실효성 없는 제도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유대운 의원은 “긴급임시조치 위반에 대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일선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상황에서 경찰관이 현장에서 발하는 '긴급임시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정폭력의 피해자 보호가 소홀할 수 있으며 2차 피해의 우려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제도 보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