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이용자의 30% 정도가 대전권 이용자라는 점에서 대전시는 물론, 수익성을 감안해야 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경유'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운행시간 지연을 이유로 충북과 호남 등이 여전히 '불가' 입장인데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이다 보니 국토해양부 등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충북 오송역~광주 송정리역 182㎞)에 대한 종합점검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10월부터 전북 정읍~익산 구간에서 시행 중인 호남고속철도 차량(22개 편성)의 성능시험을 전 구간으로 확대해 시험운행하고 11월 10일부터는 코레일과 개통때까지 고속열차를 시속 300㎞/h로 운행하면서 모두 47종의 시설물을 검증 시험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개통 준비에 들어가면서 권선택 대전시장의 공약 중 하나인 '서대전역 일부 경유'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KTX 호남선 1단계는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리역, 2단계는 광주 송정리역에서 목포역까지다. 1단계 구간은 용산역에서 출발해 천안ㆍ아산, 오송, 남공주, 익산, 정읍을 거쳐 송정리역에 도착한다. 기존의 호남선이던 서대전역을 제외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의 계획이다.
서대전역이 제외된 결정적 이유는 소요시간이다. 서대전역이 포함되면 1시간 33분 정도 예상되는 서울~ 광주 소요시간이 45분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간도 늘어나지만, 운임도 그만큼 증액된다”며 “경영 측면을 고려하는 우리와 달리, 정부나 타지역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편의성 측면에서는 대전시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코레일의 KTX 호남선 대전권역 승ㆍ하차 승객은 모두 193만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서대전역이 163만여명으로 가장 많고, 계룡역 18만여명, 논산역 12만여명 등이다. 이는 호남선 이용객의 30% 수준이다. 2011년에도 호남선 전체 이용객 331만 5000명 중 대전권역 이용객이 96만 2000명(29%)에 달하는 등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KTX 경부선 수원역과 밀양역 등도 소요시간이 단축됐지만, 이용객의 편의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경유역으로 결정된 선례도 있다.
이를 근거로 대전시는 호남선 운행횟수(1일 왕복 48회)의 50% 정도는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며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지만, 지역이기주의와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으면 이용객이 대폭 줄어 코레일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며 “코레일과 공조할 부분이지만, 국토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유 문제는 정치적ㆍ지역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사안이라 아직 결정된 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희진ㆍ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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