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가 있다. 25일 비전까지 선포하며 세종시정 2기 역점시책으로 설정했지만 '신토불이'에 걸맞게 국내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강한 시민, 행복한 농민' 슬로건 끝에 '함께하는 세종시'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서 원주민과 이주민, 즉 지역민의 화합이라는 암시가 읽힌다. 신도시 속성상 부수적인 효과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신선도 높은 농산물을 텃밭에서 식탁으로 옮긴다는 싱싱한 이미지를 살려야 한다. 세종시는 로컬푸드 거리로 삼는 반경 50~100㎞보다 거리상 가까워 로컬푸드 개념에 보다 적합한 도시다. 그런데 걸림돌은 '농산물 안전 보장'이 안 되어서가 아니다.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하는 외국산 식품에 길들여진 소비자 의식이 활성화에 저해가 될 수 있다. 초기 정착 단계에서는 세종시가 설정한 '상생' 등의 목적 의식적 활동에 기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원 정책이나 정책적 장려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 처음 얼마간은 소비자 운동 형태로 가겠지만 성숙한 인식을 가져야 하는 건 생산자 입장도 다르지 않다. 생산공동체 육성, 품목 다양화, 연중 생산 기반 지원 등은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거점별 전초기지가 될 직매장이 충분할 때까지는 물량 공급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생산, 운송, 유통을 해결할 직매장은 '푸드 마일리지'라 부르는 소비자의 거리 부담 해소에 열쇠가 있다. 세종시 구상처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소비자에게 연결할 경우, 체계화되지 못한 유통 인프라가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소품종 대량생산과 다품종 소량생산, 어느 쪽이 득이 될지 품목별 탄력적인 운용이 요구된다. 로컬푸드는 농산물과 그 가공 식품, 음식(특화 식당)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점까지 계산에 넣어야 한다.
지역 농산물 판매 경로를 확보하려면 직거래와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완비할 필요도 있다. 칠레산 포도는 2만㎞ 이상,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1만㎞ 가까이 달려와 식탁에 놓인다. 로컬푸드 장점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지역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싸다, 신선하다, 이것 말고도 세종시 농산물의 차별화가 강점이 돼야 한다. 시작만 거창한 '운동'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직화 및 민관거버넌스 구축'에 특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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