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화 취재4부 사회단체팀장 |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중 하나인 '증세없는 복지확대'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배반해야 할 정도로 세수부족과 결손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정부 행정행위의 최일선 담당자이면서 정부구성의 중요한 근간인 공무원들의 격한 반발을 무릅쓰고 연금을 손보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써 다급한 재정난을 말해준다.
문제는 담뱃값 대폭인상을 수단으로 세수 증대라는 목적을 이루겠다는데 있다. 현재 정부의 태도는 마치 도박판에서 어느 경우에도 질 수 없는 좋은 패를 쥐고 있는 것을 일컫는 '꽃놀이 패'를 흔들고 있는 듯 하다. '담뱃세 내기 싫으면 담배 끊으면 되지! 건강에도 좋잖아?', '나라가 돈이 부족하면 세금을 거두는 게 정상이지! 세금 안내고 복지혜택을 누리려는 것은 도둑놈 심보!'
이러한 다툼과 논란의 중심에 있어야 할 정부는 없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정의로운 과세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별력을 갖고 있는 사람과 죄악세에 대한 확고한 필요성만을 주장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만 부추긴 채 국민건강보호라는 명분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는 형국이다.
국가 전매품은 아니지만 만약에 공동의 소비재인 쌀값이나 배춧값을 이토록 대폭 올렸다면 국민 너나없이 공감할 일이겠으나 흡연이라는 나쁜 취향과 선택을 한 사람들이 문제라는 윤리 도덕론에 기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흡연자이든 비흡연자이든 국가재정 부족상황에 대한 원인을 따져보고 해결책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를 갖는 것이다.
우선 역대 세수 정책을 들여다 보자. 지난 이명박 정권때인 2008년부터 5년동안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 법인세 인하를 뼈대로 한 '부자 감세' 정책으로 적게는 31조에서 많게는 82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깍아 줬다.(당시 기획재정부 추산 64조원,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 90조원, KDI 추산 98조원)
부자들에게 세금을 줄여주면 그 돈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하든 근로자를 더 채용하는 효과, 경제용어로 적하효과 혹은 낙수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논리였다. 쉽게 말해 부자들이 떡을 할 때 떨어지는 떡고물을 서민들이 얻어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세수결손으로 이어졌을 뿐 가계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기업은 벌어들인 현금자산이 넘치고 있으며 '떡 고물'은 별로 떨어진 것이 없다.
더 나아가 당시 1년에 20조원의 부족한 세수를 국민이 부담하는 간접세를 대폭 올리면서 충당하는 바람에 지난 2010년 국세수입에서 간접세가 52.14%를 차지,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소유재산과 소득에 비례해 내는 세금인 직접세는 주로 부유층과 기업 등이 부담하고 개별소비세, 교통세, 주세 등은 대다수 국민들이 차별없이 내는 간접세로서 간접세 비중이 높을수록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를 부자의 주머니에서가 아니라 서민들의 생계형 소비생활에서 세금을 올려 거둬들인 것과 함께 젊은이들이 표현하는 '뻘짓'인 4개강 사업에 2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것도 재정결손의 큰 원인인 것이다.
우리나라 제 5대 강인 섬진강이 '4대강에 포함되지 않아 재앙을 면했다'는 역설처럼 강 마다의 특성과 손을 대야할 분야가 다른데도 콘크리트로 각 잡아서 균일한 공산품처럼 만들어 놨다. 흐르지 않는 강이 썩어가면서 앞으로도 수질관리와 공작물 관리에 얼마만한 비용이 들어갈지 알 수 없다.
잘못된 사업투자와 형평성과 소득재분배에 어긋나는 부자감세 정책이 부른 세수부족이라는 재앙을 서민들의 의식주와 기호품 소비세를 올려 거둬 들이려 하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개인과 국가'라는 글의 핵심은 '정부는 정의(正義)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증세와 담뱃세 인상. 어느 것이 정의로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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