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태극기 수요량이 늘지 않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산 태극기마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태극기는 공공기관이 국내 수요의 80% 가량 차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매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국내산 태극기는 보급형 정부규격사이즈(60㎝ⅹ90㎝)의 경우 관공서에 납품되는 가격이 개당 3500원선이고 고급형은 5500원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산 태극기는 국내산에 비해 절반 가격을 조금 웃돌거나 3분의 2선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관공서가 중국산 태극기를 사는 경우는 없지만 일반 가정이나 월드컵 등 행사에 사용되는 상당수 태극기가 중국산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원인은 태극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부족과 돈벌이에 눈먼 수입, 유통업자들의 잘못된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관련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일반 가정 대부분은 태극기를 돈 들여 사기보다 관공서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들여 사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다. 연간 300만장 가량 생산하며 전국 태극기 수요량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대전의 A업체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기법 등 관련 규정대로 태극기를 제작하면 원가가 비싸져 구매자들이 꺼리기도 한다”며 “태극기에 대한 규정이나 의식이 낮아 중국산인 줄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고, 가격만 따져 중국산을 구매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산 태극기 뿐 아니라 국내 제품도 영세업체들이 제작한 규격 미달의 태극기 또한 적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스포츠 행사에 사용되는 작은 크기의 응원용 태극기는 상당수가 천이 아닌 비닐로 제작된데다 인쇄 또한 조잡해 200~300원선에서 유통되는 실정이다.
A업체 관계자는 “태극기를 사서 게양하는 인식이 부족할 뿐더러 '나눠주면 달고 아니면 말고'식인데다 물가는 해마다 상승하는데 태극기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며 “중국산 짝퉁이 우리나라 태극기를 점령하는 것은 국가 위상이나 자존심이 걸린 심각한 문제인 만큼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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