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 도읍기 백제시대 왕성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공주 공산성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목곽고(木槨庫). [연합뉴스 제공] |
23일 충남도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공산성 백제 왕궁 부속시설 발굴조사는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진행됐으며, 올해는 부속시설 영역 중앙부에 해당하는 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건물지군과 도로, 배수로, 저수시설, 축대 등이 기능과 위계에 따라 구획돼 있는 등 백제시대의 생활공간 활용과 건물배치 기술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은 발굴된 유구 중 너비 20~30㎝ 내외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조성한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의 대형 목곽고를 주목했다.
그동안 목곽고(목재로 만든 저장시설)는 대전 월평동 산성, 부여 사비도성 등 백제 유적에서도 발견된 바 있지만, 심하게 훼손돼 일부만 확인이 가능했다.
▲ 목곽고에서 출토된 나무망치와 복숭아씨를 비롯한 각종 유물. [연합뉴스 제공] |
목곽고 내부에서는 다량의 복숭아씨와 박씨를 비롯 무게를 재는 석제추와 생활용품인 칠기, 목제 망치 등이 출토됐으며, 문화재청은 목곽고의 용도를 저장시설 또는 우물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남석 공주대 교수는 “외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점토 다짐을 한 점과 내부의 틈새를 점토로 메운 것을 보면 저장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저지대에 물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봐서는 우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건물지 북쪽의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 옻칠이 된 마갑, 철제 마면주(말의 얼굴을 감싸는 도구), 마탁(말갖춤에 매다는 방울)과 함께 깃대꽂이가 최초로 발굴, 백제 멸망기 나당연합군과 전쟁의 흔적을 유추할 수 있는 유물들이 쏟아져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학계에서 이번에 발굴된 깃대꽂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동안 백제시대 깃대꽂이는 서산 여미리 출토 토기 문양으로만 확인이 가능했으나, 최초로 실물이 확인됨으로써 백제 기승문화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발굴은 공산성이 백제왕궁지로서 진정성과 가치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발굴성과로, 백제역사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60회 백제문화제가 진행되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현장을 방문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주=김민영·정성직·박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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