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박지원·인재근·정세균 의원과 박영선 원내대표 등을 비대위원으로 구성한 데 이어 이날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로드맵을 밝히는 등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착수한 것.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계파 간 갈등이 당의 내홍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만큼, 문 위원장은 이번 비대위의 혁신 과제로 계파 청산을 꼽았다.
문 위원장은 회의에서도 “이제 우리 앞에 더 이상 계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침몰하는 배 위에서 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또 “공당은 규율이 생명으로, 당 기강을 해치는 해당 행위에 대해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대처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대위에 참여한 계파별 수장들을 상대로 당내 분열을 조정하지 말것과 함께 공식 회의체에서 당을 위해 헌신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인식한 듯 문재인 의원은 “혁신과제를 새삼 논의할 필요가 없고, 정당혁신과 정치혁신은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으며, 정세균 의원도 “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파벌을 따지고 지분을 계산하는 것은 아주 무의미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화답하는 등 나머지 비대위원들도 모두 발언을 통해 혁신에 동참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문 위원장이 당면 급선무로 선택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문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유가족들이 동의하는 최소한 양해하는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한 반면, 문재인 의원은 “유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하면 새누리당은 특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지,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지금해야할 일은 청와대 거수기를 자처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진전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역설했고, 정세균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명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하다 안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의회 권력을 되찾아온 후에라도 세월호특별법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당대회까지 4개월 남짓한 시간이 정기국회와 겹치며 구체적인 혁신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 측의 옛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과정에서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등을 새롭게 구성해야되고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된 지역위원장을 뽑아야되는 만큼, 당 구성부터 순항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당내부 일각에선 계파별 수장들이 참여한 비대위가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는 신선함과 개혁성, 중립성 등이 떨어지고 계파별 수장들로 구성돼 원로회의에 가깝다”고 질타하며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돼, 당의 분란과 갈등만을 키워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될 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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