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를 결정한 이유는 현재 40만 9000t인 의무수입물량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경우 시장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의무수입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먼저 관세화를 실시한 일본과 대만의 경우 높은 관세율로 의무수입량 외에 추가적인 수입량이 늘지 않았다는 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달 18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관세율과 관세화 이후 쌀 산업발전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정부가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정한 관세율은 513%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미국산 쌀(80㎏ 기준)은 6만3303원에서 38만8049원, 중국산 쌀은 8만5177원에서 52만2134원으로 높아지게 된다. 국내산 산지 쌀값이 16만~17만원 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관세화를 해도 그동안 수입되는 의무수입물량 40만 9000t은 매년 계속해서 저율관세(5%)로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중 국회에 쌀 관세율을 보고하고 WTO에 통보한 뒤 10월부터 검증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쌀 산업 발전대책을 내놨다.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내년부터 고정직불금을 1㏊당 100만원으로 조기인상한다. 둘째,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평균 경작면적 200ha의 들녘경영체를 올해 158곳에서 2024년 6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수요자 중심 쌀 요리 개발, 미래세대 식습관 교육 등 홍보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지속 확대한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도 농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농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 513%라는 쌀 관세율이 끝까지 지켜지고, 쌀 산업발전대책이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농민들도 쌀 시장 개방에 기꺼이 동의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믿음을 저버리는 정부의 행동을 봐왔던 농민들로선 정부가 제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더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정부가 쌀 관세화를 발표하자 지역농민들은 농사에 없어선 안 될 농기계를 반납하거나 논을 갈아엎는 상징적 행동에 나서며 대규모 집회를 하기도 했다. 지역농민들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설득이다. 농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 일방적인 추진은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뿐이다. 대화와 소통으로 쌀 시장 개방 문제를 풀기 원한다.
박태구ㆍ내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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