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 때에는 거리나 가격을 그렇게 따지지 않죠. 맛 좋고 분위기 좋으면 차 몰고 맛집을 찾아가잖아요. 한빛고가 열심히 가르치고 신뢰 있는 교육을 한다면 수요자(학생, 학부모)가 많이 생기겠죠. 이런 것이 명품 학교의 시그널이 되는 거죠.”
전국 단위 교장 공모제를 통해 지난 1일 교장으로 부임한 대전한빛고 김호기(58) 교장의 각오다. 전국 사립학교 대부분이 자체 승진이나 학교법인측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수순으로 교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나, 한빛학원 홍사건 이사장은 과감하게 교장 공모제를 도입했다.
김 교장은 부여 출신이다. 논산 대건고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하면서 그의 제 2 고향은 서울이 됐다. 그러던 차에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전의 한빛고가 능력있는 교장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대전행을 택했다. 고향을 떠난지 40여년만이다.
김 교장은 천상 '교장'이다. 50살의 '젊은 나이'에 경기도 의왕시 우성고 교장 5년을 거쳐 동덕여중 교장 4년, 이번에는 한빛고 교장까지 모두 합치면 13년여 동안을 교장 일만 했다. 학교 경영의 베테랑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다.
한빛고가 김 교장을 영입한 이유는 명문고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기에, 그는 30여 년간의 교단 노하우를 이 학교에 쏟아 붓고 있다.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는 김 교장을 여러가지 교육 소회를 들어봤다.
-전국 사학 가운데 처음으로 교장 공모제로 교장이 됐는데 소감은?
▲공모 교장에 대한 학교와 지역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과 사명감이 막중합니다. 대전의 외곽에 위치해서 근거리 중심으로 학교 선택을 하는 추세에 선호도가 높지 않았는데요, 그렇지만 본교의 교육 시설이나 자연친화적인 조경과 교사들의 열정만은 아주 훌륭합니다. 저는 본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교육환경의 양면을 잘 융합하고, 잘 갖추어진 교육 인프라를 디테일하고 퍼펙트하게 운용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학교 경영을 하고자 합니다.
지역사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우리 학교에 대한 교육 내실을 잘 파악하시고 지역사회에서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환기에 부임한 저로서는 변화의 패러다임을 상승·견인하는 경영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대전 한빛고 하고 인연은 있었나요.(공모 교장 지원 동기에 대해서도)
▲부임 전 학교와 어떤 인연도 없었습니다. 공모 당시 학교 위치나 정보도 없었지요. 신문에서 공모제 교장 초빙 공고를 보고 고향지역 학교를 인지하게 돼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도 고향이 충남 부여입니다. 한빛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홍사건 한빛학원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고, 기사를 통해 그 분의 교육철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분의 열정이 단기간에 도약·부상하는 학교로 발전시킨 것이라는 사실과 그분의 의지, 의욕이 크기에 향후 한빛고의 전도가 밝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 교육 열정을 쏟아 대전의 신흥 명문으로 성장시키면 얼마나 보람이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 미약하나마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 한빛고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수도권 학교에서 쭉 근무하셨는데 지방 일반계 고교와 수도권 고교의 운영방식은 어떤가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서울이나 대전의 고교 운영 형태나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속성 상 대학입시 중시 교육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대학 입시가 본인, 학교, 가족 모두에게 중대사가 된 지 오래 되었잖아요.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강남지역은 방과후학교나 자율학습 등 공교육 의존도와 그에 대한 열기가 높지 않은 반면, 사교육 의존도가 크고 학원 등도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우리 학교 주변은 학생들의 학습 욕구를 소화시켜 줄 사교육 기관이나 여건 등이 매우 열악하거든요. 따라서 학교에서 사교육의 몫까지 담당해 도와주어야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육 중심축의 하나가 '사교육 없는 학교' 지향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부진아 지도 프로그램 및 심화 학습 프로그램을 순수하게 본교 선생님들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배움의 궁극적인 목표를 참된 사회인을 양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과 학습과 더불어 인성 교육활동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학교 교육의 중심 골격도 바른 인성이 전제된 실력인 양성입니다. 다소 유치하더라도 인사 잘하고, 휴지 버리지 않고, 질서 잘 지키고, 수업시간 졸지 않고, 남을 배려하고, 이웃과 웃어른을 섬기고 공경하는 마음 등 기본 소양 교육을 충실히 할 때 심성이 곱고 학습과 일에 대한 몰입과 집중도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이 부분을 강조하여 교육하고 있습니다.
-한빛고를 4년간 경영할 비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천하의 제갈공명이라도 손쉬운 비책은 없다고 봅니다. 교육은 수익 창출이 금방 되지 않습니다. 교육은 단기적 성과물이 아니고 백년대계라고 하지요. 다만 기본에 충실하고 얼마나 정교하고 정확하게 운용하느냐, 겉만 화려한 패션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명품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나 일본 제품 등이 사랑 받는 이유는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즉 정교성과 진정성에 있습니다. 이런 교육이 일류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학교가 추구할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 개개인의 꿈과 소질에 맞는 맞춤형 진로 지도, 개인별 3년간 학습 분석 포트폴리오 작성, 수능시험과 똑같은 형태의 정규시험문제 출제, 풀이 시간 배정을 수능과 똑같이 배정, EBS 중심 인강 수업, 문제해결 중심 토론식 학습 동아리 운영, 재학 중 책 100권 읽고 졸업하기 등 차별화된 특화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운영할 것입니다.
한빛고는 인성과 학력이 조화롭게 발달되고 감성과 문화 감각을 지닌 글로벌 인재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해 대전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명문학교를 향해 도전하겠습니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
프로필
-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과 석사 취득
- 경기 우성고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
- 서울 동덕여자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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