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치부 부국장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외신이 6ㆍ25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비극적인 사고라고 전한 세월호 참사는 아직까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한국사회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농성은 지속되고, 정치권은 여야로 나뉘어 해법을 찾지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살리기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세월호 정국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 동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해법을 둘러싸고 양분된 사회 갈등은 한국사회에 오랜 상처로 남을까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 피울수 있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행복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단언한 '국민행복 시대', '국민과 함께하는 위대한 도전'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 갈등으로 빛이 바랬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 지배자는 여론을 통제할 수 있을 때에만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자유로운 사회나 독재사회일지라도 일반 대중이 인정하지 않고 여론을 통제할 수 없다면 지배자의 생명은 끝난다는 것이 200여년 전 데이비드 흄의 통찰이다. 고전적 권력론을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 대입시킬 수는 없으나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민 여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서 나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깊은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해법을 주문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될 뿐이다. 결국 해법의 열쇠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법을 놓고 누구보다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몇개월이 지나면 박 대통령은 5년 단임제 임기 중 2년을 소진한다. 사실상 집권 3년차인 내년이 국정운영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의견이다. 2016년 4월 총선정국이 끝나면 곧바로 19대 대선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데도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사회갈등이 지속된다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경구로 삼고 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춘추시대를 산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제자의 질문에 “정치란 경제, 군사,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다. 이 세가지 중에 버려야 한다면 군사를 버리고, 경제를 버려라.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무신불립의 어원이다.
박 대통령은 1979년 11월 청와대를 나온 이후 18년 세월 모진 풍파와 은둔의 시간을 딛고 '신뢰와 원칙'이라는 이미지로 최고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신뢰와 원칙'은 배신과 배반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그를 지탱해준 동력이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이후 여론은 갈갈이 찢겨지고, 서로를 믿지못하는 '불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에 세월호 참사의 해법을 주문하기엔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없다. 박 대통령이 취임식장에서 단언했듯이 국민행복을 위한다면,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개월째인 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입법기관인 국회가 할 일이 있다면 행정부의 할 일도 있다. 결단이 필요하면 결단해야 하고, 설득이 필요하면 설득에 나서야 한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성공을 원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민의 실패'가 되는 까닭이다. 박 대통령에게 있어 유일한 버팀목은 국민이다. 깊어지는 국민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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