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희뿌연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이르는 말이지만 디젤 기관차인 열차가 등장하였어도 열차보다는 기차가 더 친근한 말이 되었다. 수레,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 등도 있지만 기차가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특히 시골에서 도시로 학교를 다니는 데는 기차만한 것이 없었다.
요즈음은 학교들이 집 가까이에 있어서 긴 거리를 통학할 필요가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초등학교가 있는 면소재지까지 가려면 대부분 30분 이상 결어 다녀야 했고 어떤 경우에는 십리길이 넘어 1시간 이상 걸리는 곳도 있었다. 중ㆍ 고등학교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면 단위에 있는 중학교는 그런대로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도심에 있는 고등학교의 경우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하숙이나 자취를 하거나 자전거나 버스 또는 기차로 통학을 해야만 하였다. 대부분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하숙이나 자취보다는 요금이 싼 기차 통학을 많이 하였다. 기차 통학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기차역도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나와서 기차를 타고 통학하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기차 통학이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기차노선별로 학생들을 파악하고 상급생을 인솔반장으로 뽑아서 학교까지 질서 있게 등교하도록 하였다. 하교시간은 서로 달랐기 때문에 각자 하교하였다. 하교할 때 하교시간과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기차를 놓쳐서 발을 동동 거리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기차표도 하루하루 끊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즈음의 회원제 같이 대부분 한 달 이상 정기승차권을 끊어 할인 된 요금으로 통학을 하였다. 그렇지만 승차권을 끊기가 어려웠던 학생들은 표 받는 곳을 통과하지 않고 기차가 가는 길목에 있다가 출발이나 정차할 때 느리게 가는 틈을 타서 몰래 올라타거나 뛰어내리기도 했는데, 이는 도비라 하여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역무원 아저씨들은 무임승차를 지도하기보다는 도비를 하다가 다치지나 않을까 하여 길목에 지켜 서서 엄중한 단속을 하기도 하였다. 무임승차 했던 분들이 이제야 요금을 갚는 사례도 있어 간간이 화젯거리가 되곤 한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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