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유보된 8년 전에도 지역축제 또는 축제성 행사의 통폐합이 한창 대두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한밭문화제 중단 사유는 과다한 축제여서는 아니었다. 낮은 기량과 수준으로 문화관광축제로서 전문성과 기획력, 추진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축제와 관련된 단체나 예술인들의 이해관계가 제공한 측면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관 주도 성격에 운영이 미숙하고 각 문화단체는 각자의 존재감만 부각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시민'이 부재했다.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이 된 축제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시민이 외면한다는 점이다. 축제를 과감하게 재검토하자는 지역 내부의 싸늘한 반응도 있었다. 중단된 한밭문화제가 과학제 행사 등으로 일정 부분 기여해 온 데 비해 문화 정체성은 2% 부족했다. 지용제 하면 문학 콘텐츠이듯이 대전 하면 과학에 문화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활로는 시민참여형 축제를 만드는 길밖에 없다.
군소도시까지 다 있는 축제가 대도시 대전에는 없느냐 하는 접근법은 한밭문화제 '복귀'의 동인이 될 수는 있다. 한밭문화제 개선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고 내실 있는 축제를 호언하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정체성을 각인시킬 자원을 사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입장들이 축제 '부활' 논리의 주류여서는 안 된다.
보다 중요한 요소는 특장화된 색깔과 내용물 빈약에서 찾아야 한다. 잡탕식 주제에 먹고 마시는 게 고작인 예산낭비형 집안잔치가 되면 전면 폐지 주장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알맹이 있는 축제는 기다리는 지혜나 성과를 만들려는 의욕으로만 되는 건 아니다. 축제인지 이벤트인지 모를 축제로 환원하려면 그만두는 편이 낫다. 단순히 8년이나 단절된 명맥을 유지하는 형태가 아닌 150만여 시민이 하나 될 축제를 만든다는 뚜렷한 명분을 갖추자는 뜻이다.
형태는 아무래도 종전의 한밭문화제를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역사성과 정통성에서 한밭문화제가 대표 축제로 인식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축제가 지방자치제 폐단으로 지목된 이유는 난립이 아닌 상징적 전문축제가 되지 못해서다. 대전시민이 공동체적 일체감을 느낄 만한 세련된 기획, 정교한 개선과 보완을 염두에 두고 더 잊히기 전에 한밭문화제의 복구 논의를 시작해볼 단계다. 예산이 아깝지 않은 축제를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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