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취임한 권선택 대전시장은 “트램에 대한 실행 계획을 검토하겠다”며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대전시는 노면을 달리는 트램과 고가 자기부상열차 가운데 하나를 이르면 10월까지 결정하기로 하고 현재 전문가 회의를 통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19년 개통예정인 충청권 광역철도가 대전도시철도 3호선 역할을 할 것인가도 관심사로 부각 되고 있다.
본지는 '민선 6기' 시작과 동시에 논란이 일고 있는 도시철도 건설방식인 자기부상열차와 노면전차(트램), 광역철도, 저가 지하철 등 4가지에 대해 국내외 사례 취재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가를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계 최초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를 시킨 일본(철도기술종합연구소)과 신흥 트램 국가로 명성이 높은 프랑스(프랑스 철도공사), 동서와 남북을 각각 잇는 광역철도 '크로스 레일'을 건설 중인 영국(광역철도공사), 저가 건설 비용 스페인 빌바오 메트로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각각의 건설방식 비교분석을 지역민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자기부상열차 결정 번복되나=대전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누적 이용객이 2억 6018만명(2014년 4월 16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시민 1명당 평균 174회를 이용한 셈이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1호선과 함께 1996년 기본계획 승인을 받았으나 2006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탈락한 후 5년동안 사업계획을 조정해 2011년 6월 예비타당성 재신청, 이듬해인 2012년 11월 고가방식(경전철) 자기부상열차로 최종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민선 6기 대전시장 출범과 동시에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놓고 시끄럽다.
민선 5기 염홍철 대전시장이 임기 2개여월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지난 4월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에 대해 각각 지상고가ㆍ일부 지하화 등 혼합방식의 자기부상열차를 최종 확정한 상태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들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으로 자기부상열차보다는 노면전차인 트램을 요구, 대전시와 강한 대립각을 세웠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유성 진잠에서 정부대전청사를 거쳐 다시 유성으로 돌아오는 28.6km 규모의 순환 노선으로 자기부상열차(고가차도 지하) 사업방식을 전격 확정, 총사업비 1조 3617억원(국비 60%ㆍ시비 40%)이 투입되는 초대형 건설사업이다. 올 하반기 기본설계에 착수해 2020년 준공을 목표로 내년부터 1~2단계로 나뉘어 공사 발주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 5기 염 시장의 결정과는 다른 대안을 주장했던 권선택 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은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 상황이다. 권 시장은 후보시절 조기 건설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자기부상열차방식은 도시 경관을 해칠 우려가 크고 사업비 또한 과다하다며 기존 도로 등을 이용하는 노면전차, 즉 트램방식으로 변경,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권 시장은 후보시절 선거공약을 통해 도시철도 2호선 명칭을 '하나로(路)'라 하고 1호선과 통합해 트램 방식으로 건설할 것을 약속했다. 대덕구와 동구ㆍ서구ㆍ유성구 등 대중교통 소외지역을 연결해야 하며 이 방식으로 건설하면 건설비용을 50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약자료도 내놓았다.
그러나 권선택 시장은 취임 이후 고가 방식과 재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고가 방식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이미 통과한 반면, 노면 트램은 예타부터 다시 거쳐야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체 사업비의 60%에 달하는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받지 못한다. 시는 노면을 달리는 트램과 고가 자기부상열차 가운데 하나를 이르면 다음달까지 결정하기로 하고 현재 전문가 회의를 통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 도시철도 소외지역 해법되나=박수범 대덕구청장은 후보 시절,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고가 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에 지선을 연결하는 안을 제시했다.
박 구청장은 후보시절 “구민들에게 지상이냐 지하냐, 고가냐 노면이냐보다 중요한 건 노선”이라며 “교통 소외지역인 중리네거리에서 법동, 읍내동 등을 2호선 지선으로 연결해주고, 국철을 활용한 충청권 광역철도망 사업과 연계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권 대전시장과 새누리당 소속 박 구청장은 각각 후보시절 내세웠던 '노면전철 방식의 대덕구 관통 노선'을 놓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전시 내부는 물론 시민들 또한 도시철도 2호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충청권 대선공약인 충청권 광역철도건설사업이 일부 지역 소외론을 완화시켜줄 대전도시철도 3호선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건설사업은 계룡~신탄진 구간 35.22㎞(사업비 2527억원ㆍ 국비 70% 시비 30%))를 우선 추진, 도시철도 1ㆍ2호선 노선에서 제외된 '대덕구 소외론'의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트램 공약 변경되나=지난달 권선택시장과 정책자문단,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한 '민선 6기 공약사업 실천계획 보고회'에서 권 시장의 주요 공약의 퇴색, 변질을 우려하는 지적들을 잇달아 내놨다. 특히 보고회 참석자들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변경 논의 공약과 관련해 후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권시장은 후보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지상 트램 방식을 민선 5기가 결정한 고가방식 추진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여연대)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대전시가 추진하는 전문가회의 방식과 시민여론 결정 방식은 문제가 많다”며 “전문가들이 모여 고가와 노면방식의 장ㆍ단점을 정리하는 것은 이미 민선 5기에 운영했던 민관정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전참여연대는 이어 “권선택 시장이 민선 5기에서 결정한 지상 고가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노면방식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이제 와서 백지상태서 검토하겠다는 것은 공약의 신뢰문제와 연결된다”며 “민선 5기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우선 진단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한 후 시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종별 합리적인 재원조달 방안ㆍ수요 분석ㆍ환승 편의 분석ㆍ경관 훼손 문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후 전문가와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달 12일 첫 브리핑에서 공약에 따라 시민 여론조사를 토대로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을 재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권시장이 기존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를 고수하고 있다는 시각이 높다.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을 고가방식의 자기부상 열차를 전제로 충청권광역철도 예비타탕성조사(예타) 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 심사위원들에게 “이거와 그거(재검토)는 별개”라며 기존 고가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제3의 기구를 만들어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을 다시 선정하겠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모습인 셈이다.
배문숙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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