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선순위를 가리기 쉽지 않을 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에 관련된 사안이다. 그동안 보강공사를 하자 해도 교과교실제 등에 가려 안전 확보 예산 반영은 번번이 뒷전이었다. 무상급식과 같은 공약사업에 후순위로 밀리기도 했다. 2000년 이전 건축된 학교에 내진설계가 안 된 경우가 상당수인데도 실정은 이렇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내진보강 예산이 편성되지 않거나 대폭 삭감되는 처지에 있었다. 그마저 서해안 주변보다 내륙지역에 편중됐다며 “현실을 배제한 행정편의주의”라는 쓴소리까지 듣고 있다. 단순히 어느 지역에 치우쳤다는 차원만은 아니라고 본다. 재난은 어디서든 발생 가능하며 모든 학교가 안전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의 발생 빈도를 감안할 때 지진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소재한 학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 면밀한 우선도 조사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가령 학생 대피능력도 감안해야 한다. 보령과 태안처럼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의 학교, 보수 보강이 긴급한 D등급 판정 학교일수록 당연히 더 먼저 보강해야 순리다.
자체적인 중장기 학교시설 내진보강 사업이 순조롭지 않은 주된 이유는 비현실적인 예산 때문이었다.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학생 수와 면적에 치중한 측면도 있었다. 교부금에서 알아서 편성하는 방식도 내진보강 예산을 대폭 삭감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축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사립학교는 보강공사를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렇듯 한정된 시ㆍ도교육청 자체 예산만으로는 마치 넘어설 수 없는 벽과 같다. 과거 중국 쓰촨 대지진 전례에서는 학교 건물이 유난히 피해가 컸다. 내진보강의 궁극적인 대상은 지역의 모든 학교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책임과 관심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다. '찬밥 신세'인 학교 내진보강사업 편성 논란이 한낱 논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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