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5월 2일 이후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으며, 철도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중단됐으며, 국정감사를 하고 예산심의를 할지 의사일정 조차 확정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 법안을 분리 처리하는 것이 민심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경제 살리기의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무책임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부·여당의 적극적 자세를 촉구했다.
여야는 국회의 장기 공전과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 점은 공통적으로 체감하면서도 반대진영의 여론에 둔감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분간 여야의 대치현상을 계속돼 정기국회의 정상화도 더뎌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15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야당을 거듭 압박했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추석 민심에 대해 “4개월 이상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에 대한 비판이 따갑다”며 “진정한 민심은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특별법 대로 논의하면서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총 375조원 규모의 2015년 새해 예산안 심의에도 빨리 착수해야 한다. 국정감사도 실시해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음에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만 되뇌고 있다”며 “이는 대다수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명절에는 과식이 늘 탈인데 이번 추석 연휴엔 정치권도 과식으로 탈이 났다”며 “문제는 과식한 게 풍성한 한가위 밥상이 아니라 분노한 국민들로부터 받은 질타와 질책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정치권은 무능국회, 무개념 국회를 탓하는 국민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꾸지람을 받아먹었다”며 “국민의 명령은 '세월호 공방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하고', '법치주의 지켜라'는 세 가지”라고 해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를 잊지 말라는게 진짜 민심이라며 가짜 민생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특히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여는 건,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명절인사 영상메시지를 띄웠다”며 “그런데 '두 번 다시 대한민국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온 국민이 염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는 '양보할 권한'이 없다. 오직 세월호 특별법을 앞장 서 제정할 '책임질 의무만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책임을 촉구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도 현안브리핑을 통해 “일방적인 9월 15일 본회의와 93개 법안 통과 예고는 새누리당이 정기국회를 제대로 할 생각이 없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국회의 장기파행을 감수하겠다는 속내고 장기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있음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서는 “새누리당의 의사대로 오는 9월 15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93개 법안을 통과시킬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여야 간의 절충과 진지한 대화, 그리고 타결을 촉구하는 선의의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추석 연휴 직전 여야에 공개 서한을 보내 “추석 연휴 직후 신속히 본회의를 열어 이미 부의 중인 91개 법안과 안건(도합 93개)을 처리해야 하고, 아울러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도 이뤄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15일에 본회의를 열어 안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통보한 상태다.
서울=김재수 기자 kjs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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