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서는 지난 5개월 동안 직원들이 교대근무가 지속됐고, 유지비용 또한 적지 않아 철거 여부를 고민하고 싶어도 여론의 질타를 우려,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10일 시에 따르면 지난 4월28일 오전 9시부터 시청 1층 로비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 이제껏 운영하고 있다. 당시 애도와 추모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국 지자체에 설치됐다.
하지만 운영기간이 지속되면서 조문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최근에는 한 명의 조문객이 없는 날도 허다하다. 시의 고민은 합동분향소 설치부터 시작됐다. 사고 직후 일부 지자체에서는 발빠르게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지만 시는 12일이 지난 후에야 운영에 들어갔다.
당시 안전행정부의 지침없이 지자체 임의 설치는 어렵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몇몇 지자체가 서둘러 운영하는 바람에 시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한 네티즌은 “합동분향소가 전국에 생기는데 대전은 아직 설치가 되지 않았네요. 대전에도 세월호 희생자들 조문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설치해주세요”라는 글을 시청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시는 철거 여부 또한 안행부의 지침없이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지만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각종 행사가 많은 청사 1층 로비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공간 활용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층 로비에서 열린 여성취업ㆍ창업 박람회는 부스설치 등 공간 부족으로 애를 먹었고, 추석을 앞두고 진행한 중소기업 우수상품 판매 행사 역시 시청사 앞 도로변까지 나와서 운영했다.
5개월 가량 직원들이 교대로 합동분향소에서 근무하는 것도 부담인데다가 국화꽃이나 초, 향 등 분향소 유지비용 또한 적지 않게 소요되고 있다.
시로서는 상황이 어렵지만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가 남아 있어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상존하는데다가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관련한 정치적 쟁점이 여전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자영업자 A씨는 “희생자들은 안타깝지만 지난 5개월 동안 온 국민이 추모했고, 그로 인해 안전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으로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느냐”며 “경기침체 등 여러 부작용조차 얘기 한마디 못하고 참아온 만큼 이제는 털어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안행부 지침에 따라 설치됐고, 철거 역시 지침이 내려와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아직 합동분향소 철거와 관련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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