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척교 한가위 페스티벌 문화체험장 '불법 활성화'

음식ㆍ생활용품 판매 야시장으로… 대전시 원도심 활성화 '속빈강정' 책임론 불가피

▲다양한 문화체험을 목적으로 목척교 일원에서 열리는 한가위 페스티벌이 불법 상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4일 대전천변이 각종 음식과 물품들을 판매하는 텐트로 가득하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원도심 활성화를 표방한 '목척교 한가위 페스티벌'이 불법 상행위로 둔갑하면서 이를 승인해준 대전시가 책임공방에 휩싸였다.

더구나 원도심지역 상인간 반목만 키워 민선 6기를 맞아 제시한 시의 원도심 활성화정책 자체가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는 지난달 29일 은행동상가발전협의회가 목척교를 중심으로 대전천 둔치에서 제1회 목척교 한가위 페스티벌(이달 2~11일)을 열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은행동상가발전협의회는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추석을 맞아 전통체험 등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벌여 대전시민들이 원도심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페스티벌을 추진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페스티벌은 시작과 함께 단순 문화행사가 아닌, 수십개의 부스를 설치해놓은 야시장으로 변모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류, 생활용품 판매 등 상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버젓이 판을 벌려놓았다.

상황이 벌어지고서야 시 하천관리사무소는 지난 3일 불법 상행위 등에 대한 부스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1차 계도장을 주최측에 보냈다. 원도심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시장상인들까지 명절 대목을 앞두고 시장 손님을 잃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구범림 대전상인연합회 회장은 “목척교에서 먹거리 야시장이 열리면서 중앙시장의 먹거리 상가는 죽을 상”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원도심활성화를 일궈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페스티벌 주최인 은행동상가발전협의회는 당초 페스티벌 사업 승인시 제한된 품목을 실제 페스티벌 기간중에 추가시킨 사실을 인정했다.

봉선종 은행동상가발전협의회장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문화행사 등을 준비했지만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는 것이 아닌 만큼 비용적인 부담이 생겼다”며 “부스 사용료를 받고 그 돈으로 문화행사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적인 상행위가 드러나자 시의 허술한 관리와 부실한 원도심활성화 정책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인들이 상가를 홍보하겠다고 단순 문화행사만 한다는 것을 그대로 믿고 이를 허가해준 시의 속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원도심 활성화의 주역이 돼야 할 은행동지역 상인과 중앙시장 상인간 반목을 시가 키웠다는 지적이다.

시 도심활성화기획단에서는 원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하천사업소에 승인을 협조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 것밖에 없다고 발뺌했다. 더구나 상인들이 제시한 사업 등에 대해 시는 지원 기능만 할 뿐이라며 민선 6기 시의 성의없는 원도심 활성화 정책의 단면을 드러냈다.

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5일 목척교 인근에 대한 실사를 통해 철거집행에 나설 것이며 사법당국에 고발처리까지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오희룡ㆍ이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