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 대학에 다니는 정 모(25)씨는 이번 추석 때 귀성을 포기했다.
대체 휴일 시행으로 5일간의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지만, 정씨에게 추석 분위기를 내는 것은 사치나 다름없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시작해 갚아야 할 빚이 1000만 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고시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번 명절 연휴 기간에 옴쭉달싹 못하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연휴 기간 중 근무처가 계속 영업을 하는 데다 빚쟁이 처지에서 며칠 일을 쉬면 그만큼 월급을 적게 받기 때문에 이번 추석은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서글퍼 했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있어 씁쓸함을 주고 있다.
정씨처럼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빚쟁이 학생'은 물론 취업준비생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대학졸업 후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명절 증후군'까지 생길 정도다.
가족 및 친지들이 모두 모이는 추석 때 고향에 가면 미취업 이유부터 다른 사람과의 취업 성공기까지 듣기 싫은 질문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학을 휴학한 뒤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이 모(여·24)씨는 “먼저 공무원 시험에 붙은 동갑내기 사촌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지난해부터 도서관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다”며 “올 하반기 예정된 시험에서는 꼭 붙어 내년 설에는 당당하게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13일 치러지는 수능을 두 달여 앞둔 고3 학생들도 추석 때 고향을 찾기가 힘겹다. 시내 대부분의 고교가 3학년에 대해서는 5일간의 연휴기간 중 1~2일을 빼놓고는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을 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3학년 담임 교사들도 연휴를 대부분 반납해야 하는 처지다. 대전 둔산여고 나태순 교장은 “추석이지만 수능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있어 3학년 전체 학생에 대해서 추석 당일인 8일과 이튿날을 빼고는 등교해 자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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