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 경제부장ㆍ세종본부장(부국장) |
큰 틀에서 보면 주택매매시장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 회복조짐을 보이는 것 같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엔 다소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한계가 있어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재건축 연한 30년으로 완화 ▲구조적 결함이 있을 경우 연한과 관계없이 재건축 가능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기준 및 민영주택 85㎡ 이하 청약 가점제도 폐지 등을 들 수 있다.
재건축 연한을 최장 30년으로 완화한 것은 눈에 띈다. 지금보다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지자체마다 준공 후 연도에 따라 20~4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의 상한이 모두 30년으로 줄어든다. 준공 후 40년으로 정해진 대전ㆍ서울ㆍ경기ㆍ부산ㆍ인천ㆍ광주 등이 단축효과를 볼 수 있다. 앞으로 준공하는 아파트는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재건축 연한만 충족하면 구조상 문제가 없어도 주거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으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가운데 '주거환경' 비중은 과거 15%에서 40%로 강화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명이 평균 27의인데 반해 선진국인 영국이나 미국이 128년ㆍ72년인 점에 비하면 너무 짧다. 아파트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역주행하는 셈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기준도 폐지된다. 현재는 전용 85㎡이하 주택을 가구 수 기준 60%, 연면적 기준 50% 확보해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 중 연면적 기준이 폐지돼 재건축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의 규제가 남아있어 입주민의 거주환경이 악화되고 신규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지만, 강남 등 특정지역 부자들을 위한 대책이란 우려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약제도 관련 규제 역시 대폭 풀었다. 1순위 요건이 현행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는 내년부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공급 물량의 40%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 상황에 따라 100% 추첨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한 채당 5~10점을 깎던 감점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청약시장에 무주택자 만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까지 끌어들여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주택담보 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 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에 이어 이번 9ㆍ1부동산대책으로 사실상 굵직한 부동산 규제들이 대부분 풀려 부동산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의 9ㆍ1부동산 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에 포커스가 맞춰진 정책이어서 지방을 위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주택시장 회복과 서민주거안정 대책이라지만, 지방에는 새로운 게 없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보다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움직였다. 최근 일부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것도 서울 등 수도권의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지방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우선 수도권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이어서 한동안 지방에 관심을 가졌던 투자자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유턴할 가능이 높다. 이럴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은 다시 침체국면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지방은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업성이 낮은데다 재건축으로 인한 이익 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진행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에는 정부의 이번 대책으론 역부족이다. 지방의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선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는 대규모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이번 '9ㆍ1부동산 대책'이 지방에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위해 규제를 풀고 발빠른 대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 거래의 활성화 대책 이면에 또 다른 부작용이 부메랑되어 선량한 국민에게 또 다른 족쇄를 채우는 상황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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