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대전지역암센터-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캠페인
▲ 통상적인 자궁암 수술이 아닌 자궁벽까지 퍼진 암환자까지 수술하는 복강경을 통한 광범위 절제술로 환자들이 치료받고 싶어하는 부인암 부문 권위자인 최석철 박사. |
산부인과 최석철 박사. 명성은 익히들어 알고 있었다. 통상적인 자궁암 수술이 아닌 자궁벽까지 퍼진 부위까지 수술하는 광범위 절제술로 명성을 가진 그다. 그것도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을 통한 수술이다. 지역에서도 그의 치료를 받기위해 수도권 행을 결심했던 환자들도 부지기수다. 그랬던 그가 대전 유성 선병원에 부임했다.
▲선병원과의 특별한 인연=그가 선병원과 인연을 맺기까지의 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 같다.
선병원 A 간호사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자궁 내암과 동시에 대동맥 주변, 골반,림프절 등에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희귀 질병군에 속하기까지 하다보니 생명까지 위독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선병원의 선두훈 이사장은 직접 A간호사를 위해 부인암 명의를 찾아나선다. 인적 네트워크와 학회 내의 여론을 통해 알아낸 인물이 최석철 박사다. 최박사는 당시 원자력 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중이었다.
“선두훈 이사장이 직접 간호사를 데리고 찾아왔었어요. 자신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라며 이사장이 직접 의사를 찾아온다는 열정과 따뜻한 마음에 놀랐죠.”
최 박사는 “선 이사장이 당시 아픈 간호사와 함께 보호자 처럼 CT, MRI 등 검사 동행은 물론 치료를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 환자는 크기가 5㎝나 되는 선암이었다. 일반적인 자궁경부암의 경우 선암 환자 비율이 10~15%에 불과한데 하필 A 간호사는 그 소수에 포함됐다. 자궁 뿐 아니라 흉부 일대까지 암이 퍼져있었다. 최 박사는 3차례의 항암치료 끝에 종양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시도했다.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으로 신장, 동맥, 정맥, 자궁 등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암세포를 모두 절제했다. 수술시간만 총 8시간 30여분이 소요된 그림같은 수술이었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A 간호사를 치료하면서 선두훈 이사장과 연이 닿아 선병원에 오게 됐다.
그의 부임으로 그동안 일반적인 수술조차 하지 않았던 선병원 암센터 산부인과에 활력이 불어넣어졌다. 검진센터에서 조기 암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환자들이 과거에는 타 병원을 찾아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면, 최박사 부임으로 환자들은 암 발견에서 치료까지 원스톱 치료가 가능해졌다.
▲광범위 자궁 절제술은=허영만씨가 쓴 '식객'이라는 작품을 보면 우리에게 한가지 교훈을 주는 것이 있다. 학벌과 집안이 좋은 요리사와, 실전에서 경험하고 직접 몸으로 노력하는 요리사의 차이다. 학벌이 좋은 요리사는 이론으로 음식을 하지만, 실전에 강한 요리사는 말그대로 몸과 마음가짐으로 요리한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명성이 있는 음식에 때론 찬사를 보내지만, 두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놓고 맛있는 음식을 고르라고 한다면 결과는 마음과 몸으로 요리한 진짜 음식을 선택한다. 음식을 먹는사람에게는 그 마음과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알려주는 대로의 방식을 고집했더라면 최 박사는 이론적인 요리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도움이되고, 환자를 오래 살릴 수 있는 수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국내에서 손가락안에 꼽히는 자궁경부암 권위자가 됐다.
그가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은 광범위 자궁 경관 절제술이라는 수술이다.
일반적인 자궁암 수술은 자궁만 들어내는 형태다. 하지만 그는 자궁은 물론 골반까지 퍼져있는 임파선, 질, 자궁방 조직, 심부 자궁정맥까지 수술하는 말그대로 광범위한 수술을 한다.
미혼여성과 외모에 신경쓰는 여성 환자들에게 자궁암 수술을 하면서 복강경으로 흉터를 내지 않는 것은 일석 이조가 아닐 수 없다.
“자궁만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심부자궁정맥까지 포함하는 자궁방 조직을 절제해줘야 제대로된 자궁암 수술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큰 수술자국을 주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고려해봐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이부위들의 조직이 복잡하고, 출혈 우려가 많다보니 손을 잘 대지 않는 부위이기도 하다. 혈관과 주위의 장을 박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광범위한 손대기 어려운 조직까지 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주변조직에 암세포가 퍼져있을 우려가 높고, 이런 부위들이 대부분 재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2004년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골반벽까지 전이된 환자의 수술을 최초로 시도하고 있던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의 헤켈(Hockel)교수를 찾아가 LEER라는 수술을 배웠다. 그는 “그 이후 부인암수술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게 됐다. 10시간을 훌쩍 넘기는 수술이었지만 누구도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환자를 수술해 완치한 경험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었고 지금까지의 삶의 에너지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골반벽 점의암 환자의 경우 실타래같은 섬세한 혈관조직 때문에 교과서적으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국내에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의사다. “100% 만족하는 수술은 없다. 이렇게 술기를 발달시킨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수술을 내가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 박사는 자신의 수술 장면을 녹화를 해서 수술을 리뷰해본다. 아쉬웠던 부분들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이 수술을 발전시키는 노하우다.
의사를 평가하는 지표는 논문이다. 하지만 제대로된 수술을 해준다는 평가지표는 없다. 객관적인 자료를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임펙트있는 수술이고, 의사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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