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상당수는 퇴직과 동시에 퇴직금을 받는다. 본인의 급여에서 매월 적립하고,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매월 일정액을 부담해 퇴직시 목돈을 손에 쥐는 것이다. 문제는 회사가 부도날 경우 퇴직금을 떼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부가 밝힌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권이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다.
퇴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회사가 아닌 외부 금융기관에 신탁하면 자칫 불안할 수 있는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권리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처럼 근로자의 퇴직금 수급권리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퇴직연금 도입 확대가 왜 논란이 될까.
결론부터 요약하면 정부의 퇴직연금 도입 확대 대책이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을 뿐더러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한푼두푼의 퇴직 재원을 갖고 정부가 경제 활성화, 즉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와 함께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퇴직연금을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4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내놔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퇴직연금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안정적인 퇴직금 지급이다. 따라서 그동안에는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원금 보장형 금융상품에 투자돼 왔다. 하지만 자칫 안정성보다 수익성에 우선해 위험자산 투자가 늘어날 경우 최악의 경우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을 국민에게 보장할 수 없다는 계산에 따라 '돌려막기' 꼼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도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오는 2060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국민연금을 대신할 보완재 역할로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퇴직연금 의무화가 과연 근로자, 국민을 위한 올바른 대책인지, 아니면 이면에 감춰진 꼼수가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록ㆍ행정자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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