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절대평가, 더 깊은 고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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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절대평가, 더 깊은 고민이 먼저다

  • 승인 2014-08-28 18:50
  • 신문게재 2014-08-29 17면
황우여 신임 교육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영어 절대평가’라는 메가톤급 이슈를 던져놓았다. 수능 영어 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사교육 시장 팽창 등이 이유였는데 교육현장은 대체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현장 여론을 수렴해 신중히 접근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어 절대평가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다양한 시선이 교차한다. 영어의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큰 현실에 얼핏 비춰보기엔 그럴듯하다. 하지만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는 굉장히 민감한 선택지(選擇肢)다. 학력 저하는 논외로 하고라도 수능 영어의 변별력을 무위로 돌릴 만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가장 문제다.

절대평가 방식의 전제는 대학입시 제도를 비롯한 교육의 본질적인 맥락과 닿아 있다. 이걸 무시하면 교육적 연계성 없이 정권 따라 바뀌는 교육정책일 뿐이다.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 자체가 바뀌는 현행 상대평가가 완전무결하다는 뜻은 아니다. ‘과잉 영어’에 따른 과도한 학습 부담, 영어 실력 향상의 실효성 등 제도 추진의 배경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격고사처럼 되어 변별력이 떨어지면 영어 외 다른 영역 등급에 결정적인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쉬운 영어 기조가 강화되면 각 대학들이 변형된 형태의 영어 시험을 따로 치를 개연성도 남는다. 더 높은 수준의 영어 사교육이 형성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게다가 지금은 수능 영어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할 처지다.

공감대가 부족한 진짜 원인은 수능 평가방식이 교육 현실을 지배하는 키워드처럼 통용되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부담 경감은 마땅하고 옳지만 현실을 잘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시행 시기가 꼭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영어교육을 개혁한다며 막대한 세금만 날린 경험도 되짚어보기 바란다. 확실한 부작용 예방장치는 필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만점 비율이 5%를 초과해 교실이 술렁이고 있다. 수능의 성격과 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불쑥 시행하다간 더 중대한 문제점들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다. 절대평가 전환은 교육부를 비롯해 대학과 고교 등 당사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시간을 갖고 풀어갈 일이라고 본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지금 철회하는 게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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