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잡고 있다”며 절대평가 도입계획을 밝혔다.
고교 교육에서 해외 의사소통 수준만 가르치면 되는데, 현재의 상대평가 체제는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내게 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상대평가 체제는 상위 4% 학생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일정 점수 이상이라면 인원수와 상관없이 등급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서는 '학생이 마루타인가'라는 항의와 함께 입시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4학년도 수능에 처음 도입한 영어 AB형 수준별 수능이 1년 만에 폐지된데 이어 영어 절대평가 방식 도입 검토 등 잇따라 바뀌는 교육정책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전환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감안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험생들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사교육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A고 진학담당 교사는 “쉽게 말해 수능의 중심점이 영어가 없어진다는 것과 같다.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갈 경우 수시에서는 자격은 될수 있지만, 정시에서는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며 “절대평가로 영어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면 수학 등에 다른 주요과목으로 쏠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영어 영역의 변별력 약화에 따른 수학과 탐구 영역으로의 '사교육 풍선효과'도 거론된다. 영어가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화돼 수험생의 영어학습 부담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수학이나 다른 영역에서 좋은 등급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각 대학들이 영어 논술이나 심층면접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 지역 B고교 교장은 “일정 점수 이상이 될 경우 인원수와 관계없이 등급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결국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경우 수학 등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며 “대학들의 입장에서는 학생 선발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영어 논술, 영어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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