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안전 예산 투입이 저조한 것은 '광나는' 사업이 아닌 측면도 있었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위험요인'이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었다. 사회적 경각심이 수그러들면 감축 여지가 많은 것 또한 안전 예산이다. 도로 시설물 관리나 수방 대책보다 잘 표시 나지 않은 긴급재난 예산일수록 그랬다.
재해예방사업마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인명 피해를 부른 이번 영남권 침수에서도 예산과 부서 인력 부족 타령이 나오고 있다. 안전한 사회는 안전의식에 더해 안전 투자를 늘리고, 박 대통령의 말대로 급한 것은 예비비를 사용해서라도 보강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안전 관련 예산을 전용하던 지자체 관행 역시 버릴 때가 됐다.
예산 문제로 지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일들은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재정의 압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예산 책정 또한 있을 수 없다. 안전을 창조산업의 영역으로 키우려면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광역자치단체에 재난방재 전문가가 없는 점도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함께 지자체는 안전 예산 비중을 점차 높여 가야 한다. 유익환 충남도의원이 밝힌 현황에 따르면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의 안전 예산 비중이 최근 3년간 줄었다. 지난 5월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재정고에 따르면 충남이 전체 예산에서 안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예산 자체 증가율이 높게 나온 것과는 차이가 나는 결과다.
자치단체장들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학교 안전에 있어서도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다만 국고보조 방식으로 안전예산을 편성하면 그 부담을 지자체가 떠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불가피한 예외가 아니라면 정해진 예산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집단지성까지 들먹이며 강조한 안전과 성장의 선순환은 정책적인 목표와 전략, 안전 예산 확대가 없으면 이루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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