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한 금산 화학업체 주변의 나무 이파리가 메말라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마을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9시 10분께 금산 군북면 램테크놀러지에서 불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탱크로리 차량에 싣고 온 불산을 공장 내 저장용기에 옮기는 과정에서 호스 이음새에서 일부 액체 형태의 불산이 흘러나왔고, 곧바로 흰 연기로 기화돼 공기 중으로 불산이 유출된 것.
해당 회사는 LCD·OLED 및 2차 전지를 생산공급하는 화학소재 전문기업으로 염산과 질산 등의 여러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다.
불산이 유출되자 현장에 있던 작업자들은 방호복을 입고 호스 밸브를 닫아 추가 유출을 차단했다. 불산은 9시 10분께 처음 유출되기 시작해 18분간 3.6~7.2㎏이 유출된 것으로 업체는 당초 추산했다.
유출된 불산은 흰 연기 형태로 공기 중으로 흩어져 공장 인근 야산에서 벌초하던 김모(61)씨 등 3명이 이를 흡입하거나 피부에 닿아 구토와 발열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또 현장 작업자 4명도 피부가 불산에 노출돼 화상전문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에 옮겨졌다.
특히, 이날 불산 유출은 벌초하던 김씨가 처음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하면서 알려졌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주민들에게 해당 업체는 화학물질 유출을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리 마을 이장은 “사고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공장을 찾아갔으나 업체 관계자는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이 소석회와 섞여 화학반응으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할 뿐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낮 12시께 공장 주변의 나무와 수풀 이파리가 말라가는 현상이 발견되고 구토와 발열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한 후에야 해당 업체는 화학물질 유출을 인정했다.
늦은 신고로 금강유역환경청이 오후 5시 40분께 현장에서 간이측정한 결과 대기 중 불산 0.5ppm이 나왔고 대전충남농산물품질관리원은 깻잎 등을 채취했다.
해당 업체에서는 지난해 7월과 올 1월에도 각각 불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해왔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CCTV를 통해 확인해보니 사고 당시 불산 유출 시간은 모두 4초(3㎏)였고 이게 빗물과 섞여 기체형태로 바뀌며 연기가 지속된 것”이라며 “당시 정문을 지키던 직원이 사고개요를 파악하지 못해 주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사고 재발방지에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임병안·금산=송오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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