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지난 15일 프란체스코 교황의 대전월드컵경기장 미사 이전부터 천주교 대전교구와 경기장 부지에 교황 조형물 설치를 논의했다.
당초 천주교 대전교구는 조형물 설치비용으로 2억5000만원 가량을 시에서 지원해주길 원했으며 시는 재정 부담에 부지만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후 재정 부담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재논의키로 시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재논의를 앞두고 교황 조형물 설치에 대한 시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먼저 비용부담에 대해 시에서 어느 정도까지 부담을 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서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교황을 통해 시가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객까지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의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긴축 재정을 선언한 시로서는 조형물 설치로 인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서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용 투입을 결정하더라도 무조건 조형물을 설치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개입찰을 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단순히 조형물만 설치할 것인지 인근 지역을 공원화할 것인지까지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순교지 등 역사적 스토리를 갖춘 충남도와 달리, 대전에서는 교황을 접목할 만한 역사적 스토리가 없다는 점이 조형물 설치나 공원 조성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에 시는 단순히 교황 방문 사안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청호 500리길, 지역 축제를 적극 접목하고 정부기관과 주변 자치단체와 함께 연계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야만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자체가 어느 정도까지 협조할 지 장담할 수 없다. 충남만 하더라도 순교지 등지에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대전지역 숙박을 유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콘텐츠 개발에 대한 생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감만 높아질 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우선 이번 주중으로 천주교 대전교구와 다시 만나 논의를 할 것”이라며 “시 입장에서도 조형물 설치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민을 하는 만큼 합리적인 방법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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