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곡기는 요즈음도 간혹 쓰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콤바인이라 하는 첨단 농기계가 쓰인다. 수동식 농기계가 자동화되면서 처음 등장한 것이 발동기이다. 발동기는 요즈음의 자동차엔진과 같이 기름을 태워 피스톤을 돌려 동력을 얻는 자동기계이다. 탈곡을 할 때는 이집 저집 가지고 다니면서 탈곡기를 돌릴 수 있는 작은 발동기였지만 방아를 찧기 위해 방앗간에 설치하는 발동기는 매우 커서 작은 집채만한 발동기가 쓰였다.
요즈음의 엔진들은 전자식으로 시동을 간편하게 할 수 있지만 예전의 발동기들은 시동을 걸기가 만만치 않았다. 발동기의 구조를 보면 아래쪽에 피스톤과 실린더가 달려있고 위쪽에는 실린더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넣는 물통이 달려있었다. 양옆에는 수레바퀴처럼 생긴 묵직한 쇠바퀴(플라이 휠)가 축과 연결되어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시동을 걸때는 이 큰 바퀴를 먼저 몇 번을 돌려서 돌아가는 축에 연결된 흡배기구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시동이 걸리게 되어 있었다.
큰 쇠바퀴를 돌릴 때는 사람의 힘으로 돌려야 했는데 힘센 장정이 꺾쇠처럼 생긴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손잡이를 쇠바퀴 축에 달린 홈에 끼우고 돌려야 했다. 좀 더 쉽게 돌리기 위해 흡배기구를 열어 쇠바퀴를 힘껏 돌리다가 어떤 한 순간에 흡배기구를 놓으면 “푸쉬~ 푸쉬~ 텅텅” 하면서 무거운 쇠바퀴의 반동으로 시동이 걸리곤 하였다. 이 때 흡배기구에서 나는 소리가 마치 코고는 소리와 같이 여겨서 흡배기구를 '코'라고도 하였다. 이 소리가 신기하였고, 이 소리에 따라 시동이 걸리거나 안 걸리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느 코미디언은 이 소리 흉내로 그 장기를 뽐내곤 하였다. 실린더 열을 식히는 물통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구슬처럼 튀어 오르는 물방울은 신비감을 더하였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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