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오는 20일 부인(사망 당시 28세) 방화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남편 A(34)씨에 대한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연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A씨의 범죄 혐의 입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원이 몇 차례의 기일변경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검찰의 추가 입증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1심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 범행 당시와 동일한 시뮬레이션과 관련, 새로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제출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와 이를 토대로 한 경찰의 초동 수사 등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A씨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쏟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년 3월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은 처음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에 따라 단순 화재로 종결했었다.
하지만, 사망한 B씨의 아버지가 딸의 명의로 10억원의 보험이 들어 있고, 딸이 사망 시 남편(사위)인 A씨에게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2년만에 경찰의 재조사를 이끌어냈다.
재수사 결과, 국과수는 '가스버너의 밸브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제거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경찰과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A씨가 집 주방 싱크대 상단서랍을 열고 빌트인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가스호스를 분리해 가스를 유출시켰고, 이 사실을 모르던 부인 A씨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도중 폭발사고가 나게 해 부인을 살해했다며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이후에도 검찰은 증거를 보강해 두 차례나 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혼 후 8개월만에 부인 사망 시 모두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사 3명을 고용해 사건을 맡겼다.
1심 재판부는 가스 밸브가 의도적으로 분리된 것이라는 국과수와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화재수사팀의 감정 결과 등을 받아들여 A씨의 범죄 정황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화염이 직접적으로 강하게 작용해 일어난 원발성 쇼크사라는 국과수와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화재수사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가스누출 시간을 특정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두 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선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 발생 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다거나, 사고 당시 A씨가 아파트 내부에 있지 않았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보험 보상금에 대해서도 '암, 질병 등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다고 못 볼 것은 아니다'라며 범행 동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유죄의 간접사실과 정황만으로는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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