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성사를 하고 있다.
이호진씨 페이스북 제공 |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시작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존 학생 2명과 유가족 8명 등 10명이 차례로 이야기할 때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 있게 들었다. 십자가를 지고 도보 순례한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52) 씨가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함께 미사를 집전해달라”고 요청하자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지붕 없는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퍼레이드를 할 때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이 모인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서 이들의 아픔을 쓰다듬었다.
이어 교황은 유가족이 선물한 노란 리본을 가슴에 차고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경기장 내 5만명이 듣고 전국으로 생중계된 삼종기도에서 교황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며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축언했다.
또 교황은 17일 오전 7시에 서울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줬다.
이어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카퍼레이드에서도 차를 세우고 내려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의 아버지 김영오(47) 씨의 손을 잡았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이호진 씨와 김학일씨가 지난 38일간 어깨에 메고 800㎞를 걸어 가져 온 나무십자가도 유가족의 뜻을 받아들여 바티칸에 가져가기로 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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