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자상했던 이웃이었는데 당선되더니 딴판이네.” 6ㆍ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 기초의원에 대한 해당 선거구민의 씁쓸한 한마디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대소사를 마다하지 않고 돌보며 이웃에게 헌신했지만 당선 이후 의회에서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인 기초의원들이 출범 2개월째로 들어서면서부터 주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이에 반해 주민들은 주민의 대표가 아닌, 사리사욕에 눈이 먼 기초의원을 견제할 도리가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제7기 기초의회 개원이 됐지만 대전지역 5개 기초의회 가운데 아직도 서구의회가 원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주민들의 대표기능을 포기해버렸다. 주민소환제 등 법적 견제장치가 있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기엔 현 규제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주민소환제를 추진하려면 해당 기초의원에 대해 전체 유권자의 2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또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의 찬성이 나와야만 해당 구의원을 해임할 수 있다.
지난 1일 발족한 기초의회폐지 및 대전 서구의원 세비반납추진위원회는 향후 기초의회폐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뿐 아니라 강력한 제재 수단인 주민소환제 추진을 목표로 지역민들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초의회 활동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주민들이 선뜻 소환제까지 동의해주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높기만 하다.
한 서구민은 “기초의원을 직접 해임하기까지 주민들의 의견이 모일 지 의구심이 생긴다”며 “특정 기초의원 때문이 아닌, 전반적인 기초의원의 자체가 문제 있다고 보는데 해임을 해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원구성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사안 등에 대한 의결처리를 마비시킨 기초의원에 대해 의정활동비 등 세비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 주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최근 잇따른 의정활동비 반납여론에 못 이겨 일부 기초의원들이 세비 반납 서명을 받아놓기까지 했지만 주민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한다.
지난 8일 서구의회 의원중 새누리당 9명과 무소속 의원 1명 등 10명의 의원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 지난달 월정수당, 연구비, 활동비 등에 대한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서명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세비 반납 약속일 뿐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에 나서지 않은 기초의원에 대해 세비 지급을 제한하는 직접적인 규제책이 없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의회와 관련된 현재의 법률에서는 주민들이 의원들을 견제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가장 강력한 견제 수단인 주민소환제의 경우, 의사결정을 만족해야 하는 조건을 완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