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부실공사]철근 빼돌려 회식… 증거인멸 정황도

감리업체 2명 구속·20명 입건… 업무상 횡령·뇌물수수 등 혐의 적용

● 세종 부실공사 수사결과 발표

▲ 11일 세종경찰서는 철근이 설계보다 적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세종시 도담동 한 아파트의 부실 시공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사진은 고철업체 차량이 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철근을 적재함에 싣는 모습.
연합뉴스

세종시 1-4생활권 A아파트 철근 부실시공 파장이 경찰 수사 결과와 함께 지속되는 모습이다. 세종경찰서(서장 이자하)는 11일 본서 회의실에서 아파트 부실공사 관련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지난 3월말부터 행복도시건설청과 입주민들의 연이은 고소·고발 이후 진행한 조사결과를 담았다. 2012년 11월 아파트 공사 착공 후 지난해 7월부터 10월말 사이 자행된 부실 시공 조사에 초점을 맞췄다.

경찰은 지난 8일 시공사 9명과 하청업체 7명, 감리업체 4명 등 모두 20명을 주택법위반과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부실시공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한 감리 2명은 주택법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결과 A아파트 시공사는 다량의 시공철근을 고철업체로 반출하고 대금을 받아 직원회식비 등에 임의 사용했다. 실제로 고철업체 차량이 현장에서 2m 초과 정상 철근 적재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철근이 222개소에서 실제 설계도면보다 약350t(2억7000여만원 추정) 부족하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수색 결과 본사 몰래 고철대금을 수령했고, 고철 반출입장부가 상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실시공 혐의가 최초 포착시점에서 현장 소장의 긴급회의 소집을 통한 증거인멸 시도 정황도 포착했다. B하도급업체는 지난해 1월말 A시공사의 최저가 공개 입찰에 낙찰된 후, 인건비와 공사기간 단축 등 비용절감을 목표로 철근 사용을 고의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시공사 현장소장 등 직원들과 공사 감리원들에게 골프채 세트와 골프장 접대, 현금 지급 등의 로비를 진행했다. 결국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3자는 검측일에 함께 골프장을 가는 등 사실상 허위 검측결과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와 감리업체 직원들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골프채 2세트와 골프화 1켤레 등도 추가 증거물로 제시됐다.

정남희 수사과장은 “최근 전 사회적 이슈인 5대 안전사고 중 건축구조물 안전사고 범죄의 한 유형”이라며 “철근 부실 시공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악성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세종서는 향후 행복도시 건설현장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유사 사례 포착 시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등 건설비리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세종=이희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