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교회를 세우고 목숨 바쳐 신앙을 이어온 한국 천주교는 세계 가톨릭에서도 흔치 않다. 교황의 이번 방한에는 한국 천주교의 이 같은 아픈 역사에 대한 교황의 애정이 숨어 있다.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교황이기에 이번 한국 방문 역시 소외된 사람들과 아시아 지역의 청년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자들도 만나 위로할 예정이라니 반갑기 그지없다.
교황의 우리지역 방문은 지역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내 천주교 성지 순례길 4곳은 명소화를 위해 홍보물 제작은 물론 콘텐츠 제작 등을 끝낸 상태다. 우리 지역 천주교 성지 순례길이 세계적 명소로 알려질 기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솔뫼성지인 당진 솔뫼마을 김대건 신부 유적은 지난달 사적으로 지정예고 돼 향후 국가 문화재로 보호받게 됐다.
충남도는 교황에게 선사할 기념품으로 '철화분청사기 어문병'을 선택했다. 철화분청사기는 계룡산 일대가 주 생산지였으며 상신리 도예촌에서는 지금도 많은 도예가들이 분청사기에 혼을 쏟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명맥을 이어오는 분청사기가 다시 한 번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당진군 합덕읍 신리성지로부터 시작되는 천주교 성지 순례길은 과거 우리지역에서 펼쳐졌던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신리성지는 내포지방의 중심부에 자리한 조선천주교회의 요람이기도 하다. 순례길 인근에는 '32기의 목이 없는 무명 순교자의 묘'도 조성돼 있다.
내포평야에 복음을 밝힌 지 100년이 지난 합덕성당은 한국 천주교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솔뫼성지와 김대건 신부의 생가 등으로 이어지는 천주교 성지 순례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메시지로 이 땅의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줄는지 귀 기울여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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