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는 2011년 11월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이 개관한 이래 치밀한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회인 까닭에 고암의 예술 세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 '이응노의 집, 이야기', '2012 이응노의 집 특별기획전, 홍성의 이미지, 이응노의 오마주', '2012 고암 미술상 추천 작가전', '제1회 고암 미술상 수상 작가전', '2013 이응노의 집 특별기획전, 홍천 마을엔 별도 많고' 등의 전시회에 이어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관념과 추상의 세계를 뛰어넘는 고암의 예술 세계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고암의 초기 작품(1924~1945년)을 만날 수 있는 제2전시실에서는 '따라 그리기에서 보고 그리기'로 이름 지어진 식민시대의 화가로서 고암의 면모를 볼 수 있다. 특히 스승 김규진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어 고암 미술 세계의 시원성(始原性)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해방 직후부터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대나무 그림에 매달린 시기를 모아 둔 제3전시실에서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그림으로부터 풍경화처럼 대숲을 그린 작품, 옛 문인화의 주제를 산뜻하게 그린 작품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동베를린 사건(1967년) 이후의 작품들이 모여 있는데, 고암은 대나무를 통해 차별과 억압을 해소하고 폭력에 저항하며,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그런 세상을 화폭에 담고 있다. 여기에다 전시실 통행로를 따라 송필용의 '청음(淸音)'을 비롯한 동시대 작가의 대나무 그림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 동양과 서양, 격식과 자유로움을 아우르고 있는 전시회의 격조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기념관에서 만난 송문화(55)씨는 “고암의 대나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물고기나 새들,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나무와 어울려 바람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후영 학예연구사는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역과 함께 고암 예술마을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도 고암만이 갖고 있는 예술적 에너지와 힘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역민 모두를 위한 문화 공간, 이웃에 있는 우리의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전시된 작품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유영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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